고 김동하 전 회장
민족문제연 “만주국군 복무한 김동하 동상 부적절” 공문
시민단체가 공기업인 한국마사회 경내에 설치된 친일인사의 흉상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경기도 과천시 마사회 본관 앞에 설치된 고 김동하(사진) 전 회장의 동상 철거를 요청하는 공문을 지난 28일 한국마사회 쪽에 보냈다고 31일 밝혔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공문에서 “역사학계의 연구·조사를 통해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인물의 흉상이 여전히 공공기관에 있다는 것은 역사 정의에 배치되는 부적절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을 보면, 김 전 회장은 1940년대 일제가 세운 괴뢰정부인 만주국군의 소위로 임관해 일제 패망 때까지 대위로 복무하다, 해방 뒤에는 한국 정부의 해군 소위로 다시 임관해 5·16 군사 쿠데타에도 가담했다. 김 전 회장은 소장으로 예편한 뒤에는 국가재건최고회의 고문, 재경위원장, 외교국방위원장 등을 지낸 뒤 1970년대 6년 동안 마사회 회장으로 일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친일인명사전>은 친일 행적의 자발성을 기준으로 인명을 등재했는데, 만주국군 장교가 됐다는 것은 자발성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의 동상은 80㎝ 높이의 청동상으로, 마사회는 김 전 회장의 경마발전 기여 공로를 기리기 위해 1996년 이 동상을 세웠다. 이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마사회의 경영실적을 개선하는 등 김 전 회장의 공로가 커 세운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논란이 있어 내부 검토를 마치는 대로 철거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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