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 3500여명 시위
“초중고 70%가 교사 부족”
교과부 증원약속 안지켜
“초중고 70%가 교사 부족”
교과부 증원약속 안지켜
발달장애 한샘이
정원2배 교실서 헤매다 결국 정신병원에 보내져 틱장애 현민이
아버지 엄포에 교사 충원 수업 만족 과잉행동 줄어 # 대전 구봉고등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던 이한샘(가명·19)군은 다른 수업시간에는 말이 없다가도 체육시간에 커다란 몸을 굴릴 때는 얼굴을 무너뜨리며 웃는다. 한샘이는 지적발달장애 1급이다. 자기 코를 펜으로 찔러 피를 내 다른 사람에게 바르는 통에 친구들이 기겁하기도 한다. 지도와 라이터에 집착해 화장실 갈 때도 들고 다니고, 집에선 유리창을 깨거나 부모를 때리는 일도 잦다. 한샘이의 반 학생들은 지난해엔 17명, 올해는 11명이었다. 고교 특수학급의 1학급당 법정 학생 수는 7명이다. 부모가 교육청을 찾아가 한샘이에게 필요한 심리행동치료와 가족지원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건 인력과 예산 부족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뿐이었다. 한샘이의 부모는 졸업을 6개월 남긴 지난달 한샘이를 정신병원에 보냈다. 일반 복지시설을 여러 군데 돌아다녔지만, 시설에서도 고개를 저었다. 김덕윤(34) 특수 교사는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한샘이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했다. # 윤현민(17)군은 2년 전 경남 김해시 내동중학교에 입학할 당시 자기를 때리거나 갑자기 소리를 질러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심각한 틱장애 증상을 보였다. 키 180㎝에 몸무게 90㎏이었던 현민이는 틈만 나면 자기를 때려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아버지 윤종술(48)씨는 학교를 찾아가 “중학교 특수학급 법정 학생 수인 6명을 맞추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다그쳤다. 윤씨의 계속된 요구에 결국 학교는 특수교사를 더 고용해, 교사 1명당 담당하는 학생 수를 줄였다. 올해 졸업을 앞둔 현민이는 이제 소리를 잘 지르지 않고 자기를 때리는 일도 부쩍 줄었다. 아버지 윤씨는 “현민이가 학교 수업에 만족해 과잉행동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고등학교에 가면 또 교사 수를 늘려 달라며 학교와 싸우는 일을 반복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했다. 특수교사가 부족해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특수교사와 특수교육학과 학생·교수들이 거리로 나섰다. 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 전국특수교육과대학생연합회 소속 38개 대학의 학생·교수와 특수학교교사 3500명(경찰 추산 2500명)은 법으로 정해진 특수학급의 교사 1명당 학생 수를 지키지 않는 학교가 현재 68.5%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특수학교 교사를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특수교사가 6500명이나 부족해 이를 채우기 위해 2015년까지 매년 708명씩 특수교사를 뽑겠다고 정부가 2008년에 약속했지만, 4년 동안 채용된 특수교사는 1036명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31일 특수학급 충원안을 내놨지만, 정규직 특수교사가 아니라 계약직 교사나 일반교사로 채우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정원2배 교실서 헤매다 결국 정신병원에 보내져 틱장애 현민이
아버지 엄포에 교사 충원 수업 만족 과잉행동 줄어 # 대전 구봉고등학교 특수학급에 다니던 이한샘(가명·19)군은 다른 수업시간에는 말이 없다가도 체육시간에 커다란 몸을 굴릴 때는 얼굴을 무너뜨리며 웃는다. 한샘이는 지적발달장애 1급이다. 자기 코를 펜으로 찔러 피를 내 다른 사람에게 바르는 통에 친구들이 기겁하기도 한다. 지도와 라이터에 집착해 화장실 갈 때도 들고 다니고, 집에선 유리창을 깨거나 부모를 때리는 일도 잦다. 한샘이의 반 학생들은 지난해엔 17명, 올해는 11명이었다. 고교 특수학급의 1학급당 법정 학생 수는 7명이다. 부모가 교육청을 찾아가 한샘이에게 필요한 심리행동치료와 가족지원을 요청했으나 돌아온 건 인력과 예산 부족이라는 공허한 메아리뿐이었다. 한샘이의 부모는 졸업을 6개월 남긴 지난달 한샘이를 정신병원에 보냈다. 일반 복지시설을 여러 군데 돌아다녔지만, 시설에서도 고개를 저었다. 김덕윤(34) 특수 교사는 “어른들의 무관심으로 한샘이가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했다. # 윤현민(17)군은 2년 전 경남 김해시 내동중학교에 입학할 당시 자기를 때리거나 갑자기 소리를 질러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심각한 틱장애 증상을 보였다. 키 180㎝에 몸무게 90㎏이었던 현민이는 틈만 나면 자기를 때려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아버지 윤종술(48)씨는 학교를 찾아가 “중학교 특수학급 법정 학생 수인 6명을 맞추지 않으면 고소하겠다”고 다그쳤다. 윤씨의 계속된 요구에 결국 학교는 특수교사를 더 고용해, 교사 1명당 담당하는 학생 수를 줄였다. 올해 졸업을 앞둔 현민이는 이제 소리를 잘 지르지 않고 자기를 때리는 일도 부쩍 줄었다. 아버지 윤씨는 “현민이가 학교 수업에 만족해 과잉행동이 많이 줄었다”면서도 “고등학교에 가면 또 교사 수를 늘려 달라며 학교와 싸우는 일을 반복해야 할지 몰라 걱정이 된다”고 했다. 특수교사가 부족해 장애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특수교사와 특수교육학과 학생·교수들이 거리로 나섰다. 5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 전국특수교육과대학생연합회 소속 38개 대학의 학생·교수와 특수학교교사 3500명(경찰 추산 2500명)은 법으로 정해진 특수학급의 교사 1명당 학생 수를 지키지 않는 학교가 현재 68.5%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특수학교 교사를 증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데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장애인교육권연대 김기룡 사무처장은 “특수교사가 6500명이나 부족해 이를 채우기 위해 2015년까지 매년 708명씩 특수교사를 뽑겠다고 정부가 2008년에 약속했지만, 4년 동안 채용된 특수교사는 1036명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도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31일 특수학급 충원안을 내놨지만, 정규직 특수교사가 아니라 계약직 교사나 일반교사로 채우겠다는 것이어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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