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사-베넥스-김원홍씨
계좌로 자금 들락날락
대표들·김씨 모두 SK출신
우연인지 각본인지 규명해야
계좌로 자금 들락날락
대표들·김씨 모두 SK출신
우연인지 각본인지 규명해야
검찰이 수사중인 최태원(51)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선물투자 사건의 중요 장면에서 에스케이 출신 인사들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기업 외부에서 벌어진 일로, 전형적인 재벌 비자금 사건과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에스케이 출신들이 선물투자 과정에서 어떤 ‘배역’을 맡았는지도 이번 수사에서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지난 14일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와 수상한 자금거래가 있었던 경영컨설팅업체 ㅋ사의 대표 정아무개(46)씨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ㅋ사가 베넥스의 돈 530억원을 빌렸다가 한 달 만에 이자 5억원을 합쳐 535억원을 갚은 경위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거래가 있었던 2008년 10월은 베넥스에 투자된 에스케이 계열사 자금 500억원이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김원홍씨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때다.
금융감독 당국은 2009년 베넥스가 이 돈을 투자조합 계좌가 아닌 회사 자체 계좌로 관리한 사실을 확인하고 주의 조처를 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검찰은 정씨가 운영하는 또다른 경영컨설팅업체 ㄷ사에 베넥스 자금이 투자 형식으로 흘러간 정황도 잡고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넥스와 긴밀한 거래 관계를 맺은 ㅋ사 대표 정씨는 선경인더스트리를 거쳐 2000년대 초반 에스케이상사(에스케이네트웍스의 전신)의 사외이사를 맡은 ‘에스케이맨’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한 베넥스 대표 김준홍씨는 에스케이텔레콤과 워커힐호텔 상무 출신으로, 저축은행 대출 과정에서 최 회장의 보증을 받을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김원홍씨는 에스케이해운 고문으로 최근까지 최 회장의 투자 관련 조언자였다.
이들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우연히 돕게 된 것인지, 아니면 각본에 따라 역할을 맡게 된 것인지는 검찰이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검찰은 에스케이 계열사 18곳이 2800억원을 베넥스에 투자한 과정의 적정성도 면밀히 살피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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