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시장 집무실에서 온라인 취임식을 시작하기에 앞서 왼쪽, 오른쪽으로 기울여 배치한 책장 앞에 서서 “두 책장이 균형을 잡아주듯 갈등을 잘 조정하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원순 서울시장 16일 온라인 취임식
“복지는 시민의 권리이며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 취임사
네티즌 “신선하고 재미” 반응
“복지는 시민의 권리이며
가장 수익률 높은 투자” 취임사
네티즌 “신선하고 재미” 반응
“아니, 그렇게 하면 오프라인에서 하는 것과 차이가 없잖아요. 그냥 합시다. 평소 생각대로 말하면 되죠.”
박원순 서울시장은 취임식 한 시간 전인 16일 오전 10시로 잡혀 있던 리허설을 취소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안절부절못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시장 취임식을 사전 연습도 없이 하는 것에 엄두가 나지 않은 탓이다. 이전까지는 분 단위로 계획을 짰고 몇 차례 사전 연습을 했다.
오전 11시 박 시장이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7층 집무실 앞 복도 카메라 앞에 섰다. “큐!” 박 시장은 시장실을 찾아온 시민들의 손을 잡고 안내하듯이 집무실 구석구석을 돌며 안내했다. 서울시장 집무실이 시민들에게 공개된 것은 60여년 만에 처음이다. 이전 시장들은 언론 인터뷰 때도 집무실 옆 접견실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박 시장은 특히 시민들이 소망을 담아 적은 포스트잇, 대안학교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 임옥상 화백이 트위터 인증샷으로 만든 모자이크 액자 등이 걸린 집무실을 공들여 소개했다.
집무실의 ‘특별한 벽지’를 시민들에게 가장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들어가자마자 마주치는 ‘시민의 소리’ 벽보판은 선거기간에 종로구 안국동 선거캠프를 방문한 이들이 포스트잇에 남긴 희망사항들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다. “가로수도 좋지만 진짜 숲을 키워주세요.” “집 걱정 없이 결혼할 수 있게 해주세요.”… 그는 “제가 눈길을 제일 자주 주는 곳”이라고 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콘셉트로 만들었다는 집무실 책장에는 박 시장의 장서 2만여권 가운데 꼭 필요한 책들을 모았다. 왼쪽으로 기운 책장과 오른쪽으로 기울어진 책장이 서로를 받쳐주는 형태의 책장 앞에서 박 시장은 “우리 사회가 이념적으로, 지역적으로 너무나 양극화돼 있는데, 책장이 균형을 잡아주듯 갈등을 조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책장 위에 놓아둔 보도블록을 보여주면서는 “보도블록 교체 공사를 함부로 하지 않고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책상 앞 고급 의자를 “시민시장 의자”라고 소개하며, “이곳에 늘 시민이 앉아 계신다고 생각하고 시민의 뜻을 가슴에 담아두겠다는 각오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집무실 옆 침실과 화장실 등 내밀한 공간도 살짝 내보였다. 밤새 일할 때를 대비한 곳이다.
박 시장은 집무실 책상 위 컴퓨터와 아이패드에 다가가, 누리집(홈페이지)에 누리꾼들이 올린 다양한 글을 소개했다. ‘신선하고 파격적이다’라는 등의 덧글 사이에 있는 “불리한 의견은 추천이 많아도 배제했다”는 덧글도 소개하며 “비판에도 열려 있는 시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허광태 서울시의회 의장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민의례와 선서를 한 뒤 “시민이 시장입니다”라는 제목의 취임사를 발표했다. 박 시장은 “복지는 인간에 대한 가장 높은 이율의 저축이자 투자다. 복지가 성장을 견인한다. 복지는 시혜가 아니라 시민의 권리임을 선언한다”며 “무엇보다 복지 시장이 돼 사람 냄새 나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요란하게 외치지 않아도 돋보이고, 화려하지 않아도 기본이 서 있고, 소박하고 검소해도 안전한 서울을 그려본다”며 “부정보다는 긍정의 힘, 갈등보다 조정·협력의 힘으로 시정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오전 11시50분께 온라인 취임식을 마친 박 시장은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시민 200여명을 만났다.
누리꾼들은 환호했다. “드라마보다 재밌었다”(트위터 아이디 silky***), “신선, 재미, 내용, 감동, 웃음까지 몽땅 있는 종합선물세트. 엄숙하고 지루한 취임식이 이렇게 괜찮을 수도 있네요.”(vividg***) 이날 온라인 취임식은 7만4400여명이 접속해 지켜본 것으로 집계됐다. 엄지원 권혁철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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