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국철 에스엘에스(SLS) 회장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법원 “범죄 소명·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
검찰, 신재민 전차관 영장도 곧 재청구할듯
검찰, 신재민 전차관 영장도 곧 재청구할듯
정권 실세들에 대한 금품·향응 제공 사실을 폭로한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이 뇌물공여·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로비 의혹의 당사자이자 제보자인 이 회장이 구속됨에 따라, 한동안 주춤했던 검찰 수사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16일 이 회장이 계열사 자산을 옮겨놓은 렌터카 업체 대영로직스의 문아무개 사장을 체포하면서 정권 핵심실세를 상대로 한 로비 의혹 수사도 본격화했다. 또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컴퓨터에서 찾아낸 에스엘에스조선 관련 자료는 신 전 차관이 사용한 1억원어치의 에스엘에스 법인카드의 대가성을 입증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김상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달 신 전 차관과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동시에 청구했다가 동반 기각당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가 이 회장의 구속 수사 필요성 입증에 성공한 셈이다.
검찰은 20여일 동안의 추가 수사를 통해 이 회장이 에스피해양 등 계열사의 120억원대 자산을 대영로직스라는 렌터카 업체로 이전하고(강제집행 면탈), 에스피로지텍에서 다른 부실 계열사에 수십억원을 지원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를 새로 밝혀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숨겨진 주거지를 찾아내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며, 이 회장이 통영해양경찰서의 수사를 받은 뒤 에스피해양의 회계자료를 모두 파쇄한 것도 확인했다.
검찰은 신병이 확보된 이 회장을 상대로, 먼저 신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2008년 에스엘에스조선이 군산국가산업단지에 조선소를 건립하는 과정에서 새만금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신 전 차관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신 전 차관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에스엘에스조선 관련 자료는 ‘청탁의 흔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을 이르면 이번주 안에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의 혐의를 탄탄히 조사를 한 뒤에 신 전 차관을 소환할 계획이라 신 전 차관의 재소환이 다음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체포한 대영로직스의 문 사장을 상대로 2009년 창원지검 수사 당시 이 회장이 ‘수사 무마를 위해 정권 핵심실세의 측근에게 자회사 소유권과 현금 30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수사팀은 문 사장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뭉칫돈이 들고 나는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권 핵심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에 있어 문 사장 조사는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문 사장을 상대로 추궁할 게 많다”고 말했다. 김태규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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