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의원, 개그맨 최효종.
개그맨 최효종 ‘개콘’서
국회의원 풍자하자 발끈
“모욕죄로 고소하겠다”
국회의원 풍자하자 발끈
“모욕죄로 고소하겠다”
“국회의원 되는 거, 어렵지 않아요. 판사가 돼서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지면 돼요.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시청자들이 웃고 넘긴 현실풍자 개그를 강용석 의원(무소속)이 범죄라며 고소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용석 의원실은 17일 보도자료를 내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사마귀 유치원’에 진학상담 선생님인 ‘일수꾼’으로 출연하는 개그맨 최효종(25)씨를 서울남부지검에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애초 17일 밤에 고소장을 접수시키려 했으나 (고소장) 내용 보강을 한 뒤 18일 아침에 접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은 고소장에서 지난 10월2일 방송된 내용 가운데 △“집권여당의 수뇌부와 친해져서 집권여당의 공천을 받아 여당의 텃밭에서 출마를 하면 되는데, 출마할 때도 공탁금 2억만 들고 선관위로 찾아가면 돼요” △“공약을 얘기할 때는 그 지역에 다리를 놔준다든가 지하철역을 개통해준다든가 하면 되는데, 아~ 현실이 너무 어렵다구요? 괜찮아요. 말로만 하면 돼요” △“약점을 개처럼 물고 늘어진다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요”라는 최씨의 대사를 문제 삼았다.
강 의원 쪽은 “이는 국회의원 전원을 모욕한 것으로, 형법상 집단모욕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으로 첫 집단모욕죄 유죄 판결을 받은 강 의원이 이번 고소를 통해 자신에 대한 판결을 반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고소를 당한 개그맨 최효종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의 박중민 책임피디는 “개그일 뿐인데 법적 대응까지 하는 게 지나쳐 보인다”며 “경과를 지켜보고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일로 “시사풍자 개그가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소 방침이 알려지자 주요 인터넷 포털에선 최씨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고, 트위터에선 강 의원의 고소에 눈살을 찌푸리는 글들이 이어졌다. 문화평론가 진중권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정신 못 차렸어요. 한마디로 억울하다는 겁니다. 특정인이 아니라 아나운서 일반을 모욕했다고 처벌하는 게 말이 되냐. 이 말 하려고 애먼 개그맨을 제 퍼포먼스의 희생양으로 삼은 거죠. 아나운서에게 뺨 맞고 개그맨에게 화풀이 한달까?”라고 적었다. 개그맨 출신 방송인 김미화씨도 자신의 트위터에 “효종아.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쟈!! 강 의원이 우릴 코미디언이라고 우습게 보나 본데… 고맙지… 우린 원래 웃기는 사람들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한 트위터 이용자(@em****)는 “(고소한 것은) 국회의원들이 더 웃기는 세상인데, 개그맨이 그 자리를 넘보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했고, 또다른 이(@si****)는 “개그에 모욕감 느끼는 강 의원님, 성희롱으로 모욕감 느꼈을 여성분들은 생각하셨나요”라고 꼬집었다. 이승준 남지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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