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철
“대영로직스 문사장 통해 건네”…검찰, 비망록 추적
이국철 “불교계 고위인사가 폭로 하지말라고 회유”
이국철 “불교계 고위인사가 폭로 하지말라고 회유”
“진실은 세 가지 방법으로 밝혀질 겁니다. 첫째, 신재민 전 차관이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둘째, 제가 구속되거나, 셋째, 검찰에서 수사를 축소하거나 은폐할 때, 그렇게 되면 제가 보고 들은 모든 자료를 언론에 공개하겠습니다.”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은 검찰이 자신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자 지난달 9일 이렇게 예고했다. 16일 이 회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비망록 공개의 두번째 요건이 충족된 것이다. 이 회장은 구치소로 향하면서 “(비망록이) 이미 언론에 하나 가 있다”고 했다. 그 비망록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이 회장의 비망록은 지금까지 그가 했던 발언과 일부 공개된 내용을 가지고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다른 자료를 참고해 기억을 되살리면서 비망록을 작성했다고 했다. 이 회장은 “(로비의) 형태와 방법, 요식행위들이 충격적이다. 군사정부 시절보다 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관련된 A4용지 5장 분량의 비망록 일부를 기자들에게 공개하기도 했다. 거기에는 신 전 차관과의 인연, 그를 지원해온 경위, 그리고 사업가 김아무개씨를 통해 ‘검찰 고위층 인사 ○○○’에게 수사 무마를 위해 로비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회장은 “언론에 공개한 분량은 극히 일부분으로, (신 전 차관의 금품수수 건은 전체 사건의)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구속으로 비망록 공개 등 ‘뒷일’을 책임져야 하는 이 회장의 가족들은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이 회장의 사무실에 모여 대책회의를 여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이 회장 부인 한아무개씨는 “이제는 내가 나서서 이 회장의 뜻을 전해야 할 것 같다”며 “적절한 시점이 되면 비망록 내용을 가감 없이 공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불교계 고위인사가 이 회장에게 폭로를 중지할 것을 요구하고 협상을 제안했다는 내용을 담은 비망록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 문건에서 이 회장은, 정권 핵심실세를 향한 로비 통로로 지목된 바 있는 대영로직스 문아무개 사장을 통해 이 스님을 소개받았는데, 이 회장이 신 전 차관에 대한 금품 제공을 폭로하기 시작하자 “더이상 폭로하면 이 회장만 죽는다”며 회유했다는 것이다. 또 이 회장 부인 한씨가 “대영로직스 문아무개 사장을 통해 정권 실세에게 60억원을 건넸다”고 말하자, 이 종교계 인사가 “직접 준 게 아니라면, 99% (실세가) 안 받았다”고 말한 대화 내용도 들어 있다. 한씨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런 내용은 모두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권 핵심실세 쪽은 “그 스님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눈에 불을 켜고’ 비망록을 입수하려다 실패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이제 이 회장 쪽이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비망록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말 수사팀은 이 회장의 비밀 주거지를 발견하고 큰 기대를 걸고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이 큰길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 올라가는 바람에 운전기사도 잘 모르는 곳이었지만, 도시가스 회사에 사용자 명의가 이 회장의 장모 이름으로 등록된 걸 단서로 그가 비밀리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비망록은 나오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비망록이 있다면 검찰로 가져오면 좋겠다. 수사할 내용이 있으면 다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16일 체포한 문 사장을 상대로 정권 핵심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문 사장은 “나는 이 회장의 바지사장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8일 강제집행 면탈 혐의로 문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태규 노현웅 황준범 기자 dokbul@hani.co.kr
현 정권 실세와 가깝다고 알려진 한 불교계 고위인사가 폭로를 중단하라며 이국철 에스엘에스 그룹 회장을 회유했다는 내용이 담긴 녹취록. <오마이뉴스> 제공
한편 검찰은 16일 체포한 문 사장을 상대로 정권 핵심실세에 대한 로비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그러나 문 사장은 “나는 이 회장의 바지사장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18일 강제집행 면탈 혐의로 문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태규 노현웅 황준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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