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 대표 구속영장에
수억 돈받은 혐의 포함해
‘정권실세 연결고리’ 의혹
수억 돈받은 혐의 포함해
‘정권실세 연결고리’ 의혹
이국철(49·구속)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의 로비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정권 핵심실세를 겨냥한 로비 통로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렌터카업체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18일 문아무개(42) 대영로직스 사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문 사장의 범죄사실에 이 회장의 부탁을 받고 에스엘에스조선의 선박 등 120억원대의 자산을 대영로직스로 이전시키고(강제집행면탈), 지난해 초 “에스엘에스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지 않도록 힘써주겠다”는 청탁 명목으로 이 회장에게서 수억원을 받아간 혐의(변호사법 위반)를 포함시켰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시작한 문 사장과 대영로직스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수십억원의 뭉칫돈이 돈세탁을 거쳐 현금화한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우선 입증이 가능한 수억원에만 변호사법 위반을 적용했다. 앞으로 검찰 수사의 초점은 문 사장 계좌의 의심스러운 자금의 행방과 문 사장이 이 회장에게서 받아간 로비자금의 사용처에 모일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로비 시도와 관련해, 정권 핵심과의 ‘연결고리’로 의심받는 사람은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했던 ㅎ스님과 정권 핵심실세의 지역구 보좌관 박아무개씨다. ㅎ스님은 이 회장이 문건을 통해 “정권 실세 관련 폭로를 그만두도록 회유했다”고 지목한 인물이다. ㅎ스님은 불교계 한 종단의 고위직을 맡고 있는데, 2002년 새로운 종단을 만든 뒤 최근까지도 명칭 사용 문제를 놓고 조계종과 송사를 벌이고 있으며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해왔다.
ㅎ스님이 머문다는 서울의 한 사찰에 <한겨레> 기자가 찾아갔더니, 그곳엔 이명박·김영삼·전두환 등 전·현직 대통령과 이재오 의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 등 여권 실력자들과 이국철 회장의 이름이 적힌 연등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또 참선하는 방에는 ㅎ스님이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주류 불교계와 달리 4대강 사업을 적극 지지하면서 여권 정치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ㅎ스님은 이 회장이 작성한 문건을 근거로 “이 회장을 회유했다”고 보도한 <오마이뉴스> 대표와 기자, <뷰스앤뉴스>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낸 뒤 기자들과 만나 “처음에는 이 회장이 회사를 빼앗겼다고 해서 정계의 지인들에게 이 회장의 억울한 사연을 얘기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이 회장 회사가 부도나 무역보험공사에 1조원의 손실을 입힌 사실을 안 뒤에는 이 회장에게 ‘조용히 지내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인데 이것이 ‘회유했다’는 식으로 보도가 됐다”고 주장했다. ㅎ스님은 관련 보도를 한 이들 인터넷 언론을 상대로 35억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로비 의혹과 관련해 폭로와 고소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검찰은 일단 정권 핵심실세의 지역구 보좌관인 박아무개씨와 문 사장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박 보좌관과 문 사장은 오래전부터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문 사장을 구속한 뒤 이 회장에게서 받아간 로비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를 집중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김태규 박태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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