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증거인멸·도주 우려 있다”
희망버스쪽 “수긍 어렵다” 반발
희망버스쪽 “수긍 어렵다” 반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안 선박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농성을 벌였던 김진숙(5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법원이, 김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희망버스를 제안한 송경동(44) 시인 등 2명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두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법원이 엇갈린 결정을 내린 것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말고도, 여러 가지 상황을 참작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영장 청구 사유가 좀 다르다. 김 지도위원은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 등 두 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에 견줘, 송 시인 등은 건조물 침입 말고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 공무집행 방해, 일반 교통방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가 다섯 가지다.
검찰은 김 지도위원이 선박크레인에 올라가 업무방해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몇 년 동안 한진중공업이 선박을 수주하지 못해 선박크레인을 사실상 놀리고 있는 실정이어서 업무방해 혐의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법원이 김 지도위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이재오 국회의원이 11~12일 자신의 트위터에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성급하고, 법원이 구속영장 발부에 신중하게 접근해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이 영향을 줬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김 지도위원이 장기간 농성으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점, 체포영장이 발부됐던 송 시인 등이 석 달 넘게 경찰에 나오지 않은 점, 희망버스가 네 차례 부산으로 내려와 도심에서 참가자들과 경찰이 충돌한 점 등을 법원이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희망버스 기획단 쪽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반발했다. 희망버스 기획단 관계자는 “법원이 김 지도위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고 한진중공업 노사가 국회 중재안을 받아들여 어렵게 노사 합의에 이른 점을 고려해 송 시인 등의 구속영장을 기각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19일 오전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송 시인 등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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