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11년 전 암매장” 고백하고 지난해 숨져
공범 중 1명 뒤늦게 경찰에 “다같이 죽여” 자수
검찰 “추가 혐의 인정 등 수사 충분히 진행” 자신감
공범 중 1명 뒤늦게 경찰에 “다같이 죽여” 자수
검찰 “추가 혐의 인정 등 수사 충분히 진행” 자신감
11년이 지나고서야 피의자가 구속된 강천실업 살인사건이 국민참여재판을 받게됐다.
서울동부지법은 김아무개(47)씨 등 피고인 3명의 참여재판 요청을 받아들여 형사11부(설범식 부장판사) 심리로 오는 28, 29일 이틀에 걸쳐 공판을 연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10년 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강원도 평창군에서 비닐제조업체인 강천실업을 운영하던 강아무개(당시 49살)씨가 실종됐다. 강 사장의 사무실에 보관해 둔 현금과 수표 2억원도 사라져 경찰은 살인 사건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사건이 사람들에게 거의 잊어져갈 무렵인 지난해 10월, 강 사장의 형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건 당시 공장 경비반장이었던 양아무개(59)씨가 “유골을 찾아줄 테니 돈을 달라”며 제의를 해온 것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강씨 형의 신고로 재수사에 착수한 서울 광진경찰서는 올해 4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 한 요양원에 들어간 양씨를 찾아가 관련 사실을 캐물었다. 죽음을 앞둔 양씨는 결국 눈물을 흘리며 “내가 그랬다. 아직도 눈만 감으면 (살해한) 사장님 얼굴이 떠오른다. 너무 죄송하다”고 털어놨다.
양씨는 같은 회사 직원인 김씨, 서아무개(51)씨와 함께 범행을 계획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씨와 서씨는 “빌린 돈 1억2000만원을 갚겠다”며 사무실로 강씨를 유인해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시신을 파묻었다는 것이다. 양씨는 범행을 자백한 지 8일 뒤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다.
양씨의 자백으로 곧 해결될 것 같았던 사건은 다시 벽에 부딪혔다. 공범으로 지목된 서씨와 김씨는 “양씨가 사장을 죽인 것은 맞지만 우리는 시체만 옮겼을 뿐 죽이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도살인의 경우 공소시효가 15년이지만, 사체 유기는 5년이라는 점을 피의자들이 이용한 것이라고 경찰은 봤지만 이를 뒤집을 마땅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양씨가 지목한 장소를 포크레인을 동원해 파봤지만 유골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검찰은 “시체를 찾든지 증거를 보강하라”며 서씨와 김씨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했다.
다시 묻혀버릴 뻔했던 이 사건은 공범 한 명이 자수해오면서 극적으로 피의자들이 법정에 서게됐다.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지난 5월 김아무개(53)씨가 경찰에 “양씨뿐만 아니라 망을 보던 나를 비롯해 모두 합세해 강 사장을 이불로 감싸고 발과 주먹으로 마구 때려죽였다”고 자백한 것이다. 법원은 피의자들의 혐의가 정황적으로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내줬다.
이들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결정적인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죽은 양씨의 진술과 정황증거에 의존해 살인 혐의를 입증해야 한다. 피고인 김씨와 변호인 쪽은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증거로는 범죄사실을 입증하기에 충분치 않다며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해 검찰의 부담은 더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공범 중 한명이 추가로 혐의를 인정하는 등 수사가 충분히 진행됐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살 이상 국민 가운데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도록 한 제도다. 배심원들이 내놓는 평결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판사가 판결과 양형을 내릴 때 참고하기 때문에 일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국민참여재판은 만 20살 이상 국민 가운데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해 유무죄 평결을 내리도록 한 제도다. 배심원들이 내놓는 평결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판사가 판결과 양형을 내릴 때 참고하기 때문에 일정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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