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정태원(72)씨
이한열 열사 찍은 정태원씨
작년에야 저작권 갖게 돼
기념사업회로 16만원 기부
작년에야 저작권 갖게 돼
기념사업회로 16만원 기부
“역사 기록이잖아요. 본인들한테 가야지. 내가 가져야 되겠어요.”
20일 프리랜서 사진작가 정태원(72)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고 이한열 열사를 촬영한 자신의 사진을 사용하겠다고 연락을 해 온 출판사 쪽에 “사진 사용료를 이한열 기념사업회 후원금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6월 항쟁을 다룬 학술서적을 만들던 출판사 <돌베개>는 정씨의 의견에 따라 사진 두 장 값 16만원을 기념사업회로 보냈다.
정씨는 <로이터통신> 기자 시절이던 1987년 6월9일 서울 연세대 교문 앞에서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피를 흘리며 쓰러진 뒤 동료가 부축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도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 사진은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제목의 대형 걸개그림으로 제작돼 지금도 해마다 추모행사 때 걸리고 있다.
그는 24년 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오전 11시께 학생들이 학교 안에 모여 집회를 열더라고요. 오후 4시께 경찰들이 학교 밖으로 나오던 학생들에게 최루탄을 쏘기 시작했고, 30분 뒤 이 열사가 공중에서 터진 최루탄에 맞아서 쓰러진 것을 본 것 같아요.”
1967년부터 사진 기자를 시작한 그는 1995년 회사를 떠났지만, 퇴사 뒤 15년 동안 회사가 저작권을 갖는 규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자신의 사진 저작권을 갖게 됐다. 그는 이 열사와 관련된 180장의 사진을 지난 6월 기념사업회에 기부해, 일부가 <한겨레>에 공개되기도 했다. 또 그는 광주민주화운동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화 운동 시절 사진들도 주인들에게 보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도 곧 보낼 예정이다.
정씨는 “우리 사회도 역사기념관을 활성화해 기록 후손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내 사진 모두 역사 기록인데 혼자만 가지고 있어야 되겠느냐”며 활짝 웃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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