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이국철 에스엘에스(SLS) 회장에게서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이국철(49·구속)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과 그의 ‘구명로비 창구’로 알려진 대영로직스 문아무개(42·구속) 대표를 연결해준 사람은 현직 정보과 형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경찰관은 당시 문씨를 가리켜 ‘청와대와 교분이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이 회장 쪽은 이를 믿었다는 것이다.
에스엘에스그룹 핵심 관계자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내가 문씨를 경찰 정보과 김아무개 형사한테서 소개받아 이 회장과 연결해 줬다”며 “그 경찰관은 문씨를 소개하면서 ‘청와대와 친분이 두터운 사람이라 문제를 잘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경남 통영시의 한 호텔에서 문씨를 처음 만났다는 이 관계자는 “문씨가 처음부터 청와대와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고 과시했고, 워크아웃 이야기를 꺼내자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형님, 이 문제 처리가 가능하겠습니까’라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씨가 그 뒤로도 전화로 ‘이 회장과 만나볼 수 있겠느냐’라고 물어와, 내가 직접 서울 ㅎ호텔에서 이 회장과 문씨가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았다”고도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이 관계자는 다시 한번 그 형사에게 문씨의 신원을 물었고, “발이 아주 넓고 청와대와 교분이 있는 사람”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또 검찰은 문씨가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실의 박아무개 보좌관한테 고가의 여성용 시계를 선물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박 보좌관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보좌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문씨에게 에스엘에스그룹과 관련된 민원을 받았고,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쪽에 전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상득 의원의) 민원 담당 보좌관이기 때문에 지역이나 국가 관련 또는 개인적인 민원을 하러 오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나름대로 해명을 위해서 한 말이지만, 희미한 수준에서나마 이국철 회장-문 대표-박 보좌관으로 이어지는 ‘의혹의 연결망’이 엿보이기도 한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이 회장이 정권 실세에게 30억원과 자회사 소유권을 넘겼다”며 그 통로로 문씨와 박 보좌관을 지목한 바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명로비 시도가 실제로 정권 핵심 실세에게까지 닿았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씨가 검찰에서 “나는 이국철 회장의 바지사장이었다”고 진술하고 있는데다, 검찰 수사도 박 보좌관의 얘기를 뒤집을 정도로 진척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검찰로서는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해 우선 자금 조성과 전달이 확인된 7억8000여만원의 용처에 주목하고 있다. 현금으로 움직인 뭉칫돈의 행방을 쫓기 위해, 검찰은 문씨와 대영로직스 주변 계좌를 폭넓게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박 보좌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신재민(53)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불러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에스엘에스그룹 법인카드를 받아 1억여원을 사용한 대가로 워크아웃 저지, 신축 조선소 건설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22일 신 전 차관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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