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 사건인 ‘고양 금정굴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정부가 불법행위의 책임을 지고 손해를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우성엽 판사는 이 사건으로 희생된 이범인씨의 유가족 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씨의 자녀 3명에게 각각 3333만3000원씩 모두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재판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결정서 등을 종합하면, 고양경찰서의 지휘를 받은 치안대가 이씨 등을 정당한 이유와 절차 없이 구금·살해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과 신체의 자유, 생명권, 적법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이로 인해 유가족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고 국가는 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판부는 “유족들이 받을 수 있는 배상금은 1억2000만원에 이르지만, 원고들이 일부 금액인 3333만원을 청구함에 따라 국가는 우선 이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양경찰서장은 1950년 10월9∼31일 부역혐의자 또는 그의 가족이란 이유로 주민들을 적법 절차 없이 끌고가 집단 총살한 뒤 폐광인 금정굴에 매장했다. 이후 2007년 진실화해위는 “153명 이상의 주민들이 금정굴에서 불법적으로 희생됐다”며 “국가는 사과와 함께 유해 봉안시설·위령시설 설치 등 화해와 위령사업에 조처를 취하라”고 권고했고, 일부 유가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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