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민(53·구속) 문화체육관광부 전 차관을 비롯한 정권 실세에 로비를 했다고 폭로한 이국철(49) 에스엘에스(SLS)그룹 회장이 5일 재판에 넘겨진다. 이 회장이 폭로한 의혹 가운데 상당 부분이 아직까지 미궁에 빠져있는 상태여서, 재판 과정에서 또다른 ‘진실 게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5일 이 회장을 기소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한테 그룹 법인카드를 넘겨 1억여원을 뇌물로 제공하고, 회삿돈 1100억여원을 횡령하는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 이후에도 이 회장의 추가 혐의에 대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이 회장의 폭로로 시작된 국민적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데다, 이 회장 개인 혐의에 대해서만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먼저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상대로 한 로비 의혹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야권을 중심으로, 이 회장이 문환철(42·구속) 대영로직스 대표한테 60억여원을 전달하고, 문 대표는 이를 이 의원 쪽에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실제 문 대표가 이 의원 쪽 박아무개 보좌관한테 고가의 명품 시계를 전달한 정황을 확보하고, 추가 금품 지급은 없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문씨가 당초 알려진 7억8000만원을 넘어서는 돈을 이 회장한테 받은 것으로 보고 추가 돈거래가 없었는지 추적하고 있다.
이 회장이 남긴 비망록 역시 검찰 수사 범위 안에 있다. 이 회장은 비망록을 통해 “전·현직 고위 검찰 9명한테 수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 비망록의 신빙성에 의문이 들지만, 제기된 의혹은 모두 털고 간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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