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판사 인터뷰
‘SNS 규제 비판’ 논란 불구
“시민으로서 사적 대화일뿐
자유롭게 발언 가능해야
건강한 사법부 될수 있어”
‘SNS 규제 비판’ 논란 불구
“시민으로서 사적 대화일뿐
자유롭게 발언 가능해야
건강한 사법부 될수 있어”
“촌철살인의 글을 주고받으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싶습니다. 제 삶의 기쁨을 위해 ‘트위터’를 이용하는데, 이를 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기 위한 돌출행동처럼 묘사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심의규제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언론의 조명을 받은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는 8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는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통위는 나의 트윗을 적극 심의하라. 심의할수록 감동과 훈훈함만 느낄 것이다. 앞으로 분식집 쫄면 메뉴도 점차 사라질 듯. 쫄면 시켰다가는 가카의 빅엿까지 먹게 되니”라는 글을 올린 바 있다.
이런 그가 밝힌 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의 열쇳말은 ‘교감과 행복’이었다. 그는 스스로를 ‘말수가 적은 사람’으로 규정했다. “판사라는 직업은 여러가지 고려할 일이 많아서 기본적으로 발언을 자제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트위터’를 통해 수다 떨고 재잘거리다 보면 정서적 교감과 행복감을 느낍니다.” 그는 “그걸 자신들의 정치적인 요구를 위해 비판하는 것이 오히려 폭력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영철 대법관 파동’ 당시의 경험 역시 그가 적극적인 자기표현에 나선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당시 서울중앙지법 등 전국 대부분 법원에서 판사 회의가 열려 ‘재판의 독립’을 요구했지만, 보수언론은 오히려 판사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그래서 구성원 개개인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더 건강한 사법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파장은 만만찮았다. 보수언론은 그의 행동을 ‘돌출행동’처럼 묘사했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는 사법부 안 엄숙주의 역시 그에게는 부담이 될 법했다. 그러나 서 판사는 “제 정치적 성향이나 판단 이런 부분 역시 제 삶의 하나인데, 그런 부분은 공유하지 말아야 하나요?”라고 되물었다. 법복 입은 시민으로서의 사적인 대화가 무엇이 문제냐는 투였다.
서 판사는 “최근 반응을 보면 사법부 안 엄숙주의에 지친 판사들이 많은 것 같다”며 “사무실로 전화도 오는데 대부분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어서 힘이 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사법부의 엄숙주의를 깨는) 물꼬를 터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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