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제일저축은행 구명 로비’ 포착
유동천 회장 “금품 건네며 청탁” 진술
유동천 회장 “금품 건네며 청탁” 진술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김재홍 세방학원 이사를 출국금지 조처한 것으로 8일 드러났다. 검찰은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1·구속기소) 회장이 저축은행 영업정지 전에 김 이사한테 ‘구명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말기 대통령 친인척 비리 수사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단장 권익환)은 제일저축은행 구명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이사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단은 최근 1000억원대 불법대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유 회장으로부터 정권 실세에 대한 로비를 위해 김 이사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회장은 평소 김 이사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지난해 “제일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취지로 청탁을 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합수단은 유 회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 수집과 참고인 조사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합수단은 당분간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주된 원인인 부실대출 혐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한 뒤, 이어 구명 로비 등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부실대출 혐의뿐만 아니라, 구명 로비 등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씨의 사촌 오빠로, 앞선 국민의 정부 당시에도 담배인삼공사 사장을 지내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2009년 서일대 재단인 세방학원 이사로 취임한 김 이사는 대학 운영을 놓고 설립자 쪽과 갈등을 빚었는데, 당시 청와대와 경찰청,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김 이사를 지원하기 위해 분쟁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합수단은 유 회장이 김 이사 말고도, 금융감독원·감사원 등에도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