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석면 관련 질환으로 숨졌으며 포스코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석면질환을 앓고 있는지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등과 관련 전문의들은 14일 ‘박태준 전 국문총리도 석면피해자’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박 명예회장이 오래 전에 석면에 노출돼 결국 폐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제철소의 노동자들도 석면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지 서둘러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들은 박 명예회장의 치료를 담당한 연세대의대 의료진의 설명을 보면 박 명예회장은 흉막이 들러붙고 폐 조직이 딱딱해지면서 제 기능을 못하게 되는 섬유화가 진행돼 지난달 수술을 받았으며 수술 결과 폐 조직에서 석면섬유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백도명(산업의학전문의) 서울대보건대학원장은 “박 명예회장은 흉막의 섬유화와 함께 폐 조직의 석회화를 동반한 섬유화, 그리고 석면섬유 등이 보이는 조직소견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석면폐 및 석면관련 흉막 질환 등의 진단에 부합하는 소견”이라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대의대 산업의학과 교수도 “박 명예회장이 약 10년 전에 진단 받은 흉막섬유종은 매우 희귀한 질병인데, 드물게 석면과 관련됐다는 보고가 있다”며 “박 명예회장의 경우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충분하고, 폐조직에서도 석면이 검출됐으니 석면노출에 의한 흉막섬유종 발병사례로 보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명예회장을 포함해 포스코의 제철소에서 일한 노동자들이 석면에 노출됐을 가능성은 이들 단체들의 이전 조사 결과에서 나온 바 있다. 지난 2월 서울대 보건대학원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포항 및 광양제철소에 대해 공동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제철 공정에서 쇳물의 흐름에 유연성을 주기 위해 부원료로 사문석이라는 암석을 썼는데, 이 사문석에서 석면이 검출됐다는 것이다. 이 원료는 포항제철소에서는 1980~2011년 2월 약 32년 동안, 광양제철소는 1985~2011년 2월 약 25년 동안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포스코는 25~32년 동안 써 온 사문석에서 석면이 들어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해당 사문석의 사용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도 이들 제철소를 석면취급사업장으로 지정해 피해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석면을 사용한 사업장에서는 현장 노동자뿐만 아니라 사무관리직에게도 석면 질환이 발병한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며 “직접 석면이 든 사문석이나 석면 제품을 다루는 현장 노동자들은 훨씬 높은 농도의 석면에 더 오랫동안 노출돼 석면질환의 발병 위험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 단체들은 포스코는 관리직을 포함해 전ㆍ현직 모든 직원들을 대상으로 석면질환여부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피해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석면이 든 사문석을 생산하거나 옮긴 노동자들 역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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