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준홍 베넥스 대표 공소장으로 본 ‘SK 자금유용’
에스케이(SK) 총수 일가가 선물투자에 회삿돈을 유용한 전모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15일, 에스케이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에스케이 총수 일가의 선물투자 계좌로 빼돌린 김준홍(45)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 대표를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2008년 10월 에스케이 계열사 18곳이 창업투자사인 베넥스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일부가 선물투자에 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베넥스는 2008년 10월 에스케이텔레콤에서 400억원, 에스케이씨앤씨에서 97억원을 각각 받아 두 개의 투자펀드를 결성했다. 김 대표는 같은해 10~11월, 두 차례에 걸쳐 이 돈을 빼내어 돈세탁을 거친 뒤 총수 일가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김원홍 전 에스케이해운 고문의 계좌로 보냈다. 에스케이 계열사가 투자한 497억원이 총수 일가의 선물투자에 전용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렇게 빠져나간 투자펀드의 공백을 메우려고 다른 투자펀드에 묶여있던 에스케이이앤에스와 에스케이가스 등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기’도 시도했다.
검찰은 또 지난해 4월, 베넥스가 최재원(48) 에스케이 수석부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컨설팅업체 아이에프글로벌 주식을 고가에 매입한 것도 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아이에프글로벌의 주식 6593주를 적정가인 주당 43만원의 8배가 넘는 350만원에 매입해, 그중 180억원을 최 부회장에게 지급하기로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또 김 대표가 2008년 12월, 최 부회장이 본인과 측근 6명 명의로 900억원의 선물투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베넥스의 투자금 220억원을 ㅎ저축은행에 담보로 제공한 사실도 밝혀냈다.
재판에 넘겨진 김 대표의 이런 범죄사실은 모두 최태원(51)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등 에스케이 총수 일가의 혐의와 연결돼있다. 김 대표는 베넥스를 창업한 직후인 2007년 1월부터 1년 동안 에스케이텔레콤의 신규사업전략본부 상무를 겸직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도 검찰 조사에서 “에스케이의 투자금을 선물투자에 전용하는 것을 김 대표에게 제안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다음주 최 회장을 소환조사한 뒤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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