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회의장 전 비서 소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봉석)이 16일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김아무개(30)씨를 불러 조사했다. 김씨는 디도스 공격 실행자인 강아무개(25·구속·ㄱ커뮤니케이션 대표)씨한테 1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나, 범행 자금을 댄 것은 아닌지 의심받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은 앞서 김씨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엿새 앞두고,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전 비서 공아무개(27·구속)씨를 통해 1000만원을 강씨한테 보내고, 선거 뒤인 지난달 11일에는 직접 강씨한테 90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날 디도스 공격을 둘러싸고 이뤄진 수상한 금전 거래의 이유와 돈의 출처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강씨한테 돈을 빌려준 것”이라고 진술했지만, 거짓말 탐지기 판정에서 거짓 진술이라는 결과를 받았다.
또 검찰은 15일 최 의원실 등 7곳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공씨와 공씨의 친구 차아무개(27·구속)씨의 개인 수첩을 확보하고, 수첩에 적힌 메모 가운데 사전에 디도스 공격을 모의했다는 정황은 없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무엇보다 사건 관련자들의 수상한 돈거래를 밝혀내는 것이 ‘윗선’에 대한 실체를 규명하는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공격 실행자인 강씨한테 전달한 1000만원과 9000만원을 각각 착수금 및 성공보수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1000만원의 돈거래 과정에 주범 격인 공씨와 강씨 말고, 강씨 업체의 직원인 또다른 강씨(24·구속)가 끼어들어 있는 것에도 의문을 품고 있다. 주범 강씨는 “직원들의 월급이 밀려 돈을 빌린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친분관계도 없는 또다른 강씨의 계좌를 통해 돈을 송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에 검찰은 이날 김씨와 공씨, 강씨 등을 모두 불러 돈거래를 둘러싼 정황 파악에 나섰다. 검찰은 또 폭넓은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공씨와 김씨 등이 공격 실행 전날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는 ㅂ주점의 종업원과 선관위 직원 등을 조사해 당시 술자리에서 이들이 나눈 대화 내용과 디도스 공격 당시 선관위 서버 상황 등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술자리에 동석했던 청와대 박아무개 행정관 등도 곧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선관위 로그기록을 분석한 결과, 선관위 내부 직원들이 공모했을 가능성이나 ‘투표소 위치’ 데이터만을 선별해 공격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디도스 공격이 선관위 누리집 운용을 담당하는 웹서버에만 집중되고, 투표소 정보 등이 있는 데이터서버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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