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폭행여성, 김근태 고문 장례식장서 행패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조문객 발길 줄 이어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30일 오전 별세한 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조문객이 넘치고 있다.

　한명숙·이해찬 전 국무총리, 정세균 전 민주당 대표, 정동영 전 민주당 최고위원,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권영길 통합진보당 의원, 박선숙·김성곤 민주통합당 의원, 신중식·안명옥·이계안·장영달·신계륜 전 의원,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정성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밤새 김 상임고문 곁을 지킨 이인영 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조문객을 맞고 있다.

아침 10시께 빈소를 찾은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조문 뒤 “김근태 상임고문은 모두가 침묵하는 시대에 홀로 십자가를 지신 우리 시대 영웅이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민주화 그리고 인권을 오늘같이 우리가 누리고 살지 못했을 것이다, 국가 공권력의 폭력이 이 땅에서 없어질 때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김근태 뒤를 쫓아 나라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을 다해야 한다. 김근태도 일하는 우리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정희 대표는 “김근태 의원이 돌아가신 일은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인권을 갈구했던 국민 모두에게 슬픈 일이다”고 말했다.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은 “암울했던 시기 민주운동의 선두에서 혹독한 고문으로 세계에서 대한민국의 양심수 대표로 인정받은 분이다. 대한민국이 독재와 싸워 민주주의를 쟁취했던 것을 온몸으로 보여준 인권의 상징이다. 앞으로도 하실 일이 많은데 김근태가 뿌린 정신을 이어 2012년 새로운 민주화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강금실 전 장관은 “너무 어려울 때 가까이서 뵀다. 내가 서울 시장 출마하고, 김근태 고문이 당대표 출마 후 떨어졌을 때다. 대선정국에서 참여정부 지지율도 낮고 힘들 때 김의원이 전체가 함께 힘을 합쳐서 가야한다고 말하며 대선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길을 열어주셨다. 김의원은 항상 대의를 생각하고 민주주의를 꿈꾸는 분이었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의원은 “이라크 파병 단식을 13일간 했었다. 그때 원내대표셨는데 제가 안쓰러워서 내 손을 붙들고 병원까지 데려가셨다. 한번은 당신을 모시던 비서관이 뇌출혈로 쓰러졌는데 한양대 병원으로 갔다. 병원 총장에게 전화 연결을 해줬더니 수화기를 잡고 연신 절을 해대면서 절을하며 꼭 살려달라고 했다”고 과거를 소회했다.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대한민국 나라 전체가 김의장님께 빚지고 있다. 목숨을 건 민주화 투쟁의 헌신으로 민주화가 이뤄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 때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저에게 애정을 많이 주셨다. 한나라당도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채찍질 했다. 2001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직접 전화를 하셔서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들어가지 말아라 하셨다.”고 말했다.

　

　종교계와 문화계의 애도도 이어졌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은 김 고문의 부인 인재근 여사에게 “한국 민주주의를 위해 크게 노력하셨는데 안타깝다”며 애도를 표했고, 소설가 조정래씨는 “민주화를 위해서 고문과 고초를 겪은 그분에게 우리가 한 것은 국회의원에서 떨어뜨린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오후에는 이상득, 나경원, 이재오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했다. 또한 권양숙 여사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함께 빈소를 찾아 김 고문을 기렸다. 이날 오후 3시까지 1300여명이 김 고문의 빈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전 11시께 장례식장에 이명박 대통령의 조화가 배달됐다가 반려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장례 의전을 담당하는 우원식 전 의원은 “장례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조화에 대해 상의했는데 생전의 김근태 선생께서 이명박 정권을 독재로 규정하고 2012년 총·대선 심판 의지를 갖고 계셨으니 조화는 정중하게 거절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배달된 조화는 결국 영정 오른편에 놓였다. 유가족들은 “그래도 보내온 조화는 받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장례위는 다시 이 대통령의 조화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받기로 결정했다.

지난 11월15일 민방위 훈련 중이던 박원순 서울시장을 폭행한 박아무개씨(63·여)가 빈소를 찾아와 “빨갱이들 물러가라”는 등 소리를 지르며 행패를 부리기도 했다.

　　빈소는 김고문의 부인 인재근 여사와 아들 병준씨, 딸 병민씨 등이 지키고 있다. 인재근 여사는 김 고문의 임종을 맞이하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고문의 한 측근은 “딸 병민씨가 지난 12월10일 결혼 후 아버지의 병환으로 신혼여행을 포기했으며, 김 고문 임종 이후 계속 울다가 한 때 탈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근태 상임고문의 장례는 ‘민주주의자 김근태 사회장’으로 치러진다. 김상근 목사와 지선스님, 함세웅 신부가 공동장례위원장에 위촉됐고, 장영달·이인영 전 의원과 박선숙 의원이 공동집행위원장을 맡는다. 장례위원회는 다음달 2일 추모 문화제를 열기로 했고 조문객들 모두를 장례위원으로 위촉할 계획이다.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고 장지는 마석 모란 공원으로 결정했다.

　장례위원회에서 홍보를 맡은 유은혜 전 민주당 수석부대변인은 “모란공원은 조영래 변호사, 전태일 열사, 문익환 목사 등 우리나라 열사들이 계신 곳으로 김근태 의장도 생전에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며 장지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환봉 기자, 디지털뉴스부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