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지난달 19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aitor@hani.co.kr
“계좌추적·소환조사 통해
의혹 확인한 정상적 수사”
수사팀, 재계 주장에 반박
수뇌부와 이견으로
최회장 처리 늦어져
의혹 확인한 정상적 수사”
수사팀, 재계 주장에 반박
수뇌부와 이견으로
최회장 처리 늦어져
에스케이(SK)그룹 최태원(52) 회장의 처벌 여부를 놓고 검찰이 장고에 들어갔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49·구속) 그룹 수석부회장이 구속된 지 일주일이 다 됐지만, 검찰은 ‘이른 시일 안에 처리한다’는 기본 방침만 재확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사이 재계를 중심으로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에스케이 수사를 깎아내리려는 다양한 시도가 펼쳐졌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3일 ‘표적수사·먼지털기 수사’라는 일부의 주장은 부당하다며 공개 반론에 나섰다. 수사팀은 ‘에스케이 사건 관련 표적수사 등 주장의 부당성’이라는 자료를 내고, 재계와 에스케이 쪽 주장에 정면으로 맞섰다. 수사팀은 먼저 수사 착수 경위를 자세히 밝혔다. 검찰은 지난해 3월 글로웍스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느라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최태원·최재원 옵션투자금 흐름표’와 최 부회장의 175억원짜리 수표를 발견한 것이 이번 수사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에 착수한 것일 뿐 다른 목적이나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수사팀은 또 ‘먼지털기’식 수사라는 일부의 주장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수사팀은 “경영 활동과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해 압수수색 이전에는 계좌추적 말고 어떠한 공개수사도 하지 않았다”며 “압수물을 통해 인지한 의혹을 장기간 계좌추적으로 특정하고, (그 뒤)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로 확인한 지극히 정상적인 수사”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수사팀의 결정이 지연되면서 일부 언론과 재계에선 “에스케이 수사로 해외 투자가 차질을 빚게 됐다”, “새해 시무식도 연기됐고, 최 회장의 다보스 포럼 참석도 불투명하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이를 두고 수사팀 안팎에서는 검찰을 위축시키려는 에스케이 쪽의 역공으로 보고, 결론을 늦춰서는 안 되겠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검찰의 장고는 최 회장의 처벌 여부를 두고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보통 친족이 함께 연루된 사건은 일괄 결정해서 뒷말이 안 나오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수사팀과 수뇌부의 이견 조율이 길어지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