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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8살 할아버지 ‘매일 폐지 12kg씩 모아’ 62만500원 기부했다

등록 2012-01-03 22:49

서울 송파구 이웃돕기 모금함, ‘큰 감동’ 가득
경로당 어르신들 22만4000원…폐지·병 팔아 “적어서 미안”
84살 할머니 30만2500원…돼지저금통 깨서 “모으는 재미”
12㎏. 정달구(68) 할아버지가 날마다 이웃을 위해 지는 종이짐의 무게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사는 정 할아버지는 직업이 없어 파지 등을 모아 부인과 생활한다.

정 할아버지는 지난달 송파구에 이웃돕기 성금 62만500원을 기부했다. 이 돈을 내려면 1년 동안 날마다 1700원씩 모아야 한다. 고물상에서 1㎏당 140원 안팎인 파지 가격을 고려하면, 정 할아버지는 날마다 힘들게 모은 파지 중 하루 평균 12㎏을 떼어내 이웃돕기 성금을 모은 셈이다.

최근 몸이 불편해 매일 파지를 줍기가 어려워진 정 할아버지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이 삶의 가장 큰 보람”이라며 “살아있는 동안 이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기부의 손길 가운데 거액을 내놓는 이들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재활용품을 모으고 돼지저금통을 털어 나누는 온정도 빛난다. 송파구가 해마다 진행하는 ‘따뜻한겨울보내기’ 성금은 그런 작은 온정들의 결실이다. 지난해 943건의 기부로 8억3700만원이 모였다.

오금동 백토경로당의 어르신들도 오며가며 부지런히 주워 모은 신문 폐지와 빈병을 팔아 성금 22만4000원을 마련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성금을 낸 지 벌써 5년째다. 기부를 하고도 어르신들은 겸연쩍어 했다. 유용호(76) 백토경로당 회장은 “1년 수익금이 100만원 정도 되는데 노인네들이 함께 오리고기도 먹고 뷔페도 가고 남은 돈”이라며 “(금액이) 적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문정1동에서 자녀와 살고 있는 유순례(84) 할머니는 살뜰하게 아껴 기부하는 쪽이다. 유 할머니는 지난달 동 주민센터에 돼지저금통을 들고 왔다. 성인 남자가 들기도 무거운 저금통에는 30만2500원이 들어 있었다. 시장에서 남긴 거스름돈과 자녀들이 주는 용돈을 ‘깨알같이’ 모았다. “한푼 두푼 저금통 속 동전 모이는 재미”가 팔순을 넘긴 할머니의 건강 비결이다. 유 할머니는 지난여름에도 홀몸노인 4명의 월세 60만원을 대신 내주었다.

송파구 관계자는 “신분을 밝히길 꺼린 80대 노부부도 2년 전부터 파지를 모아 번 돈으로 소년·소녀가장 2가정을 친손주처럼 여기며 돕고 있다”며 “지난해는 물가도, 실업률도 올랐지만 오히려 그 전해보다 성금이 1000만원 더 모였다”고 설명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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