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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면 석달새 ‘수백억 회삿돈 횡령’…경영고려 ‘선처’

등록 2012-01-05 20:31수정 2012-01-05 21:42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왼쪽 셋째)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브리핑실에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일가의 회삿돈 횡령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보도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왼쪽 셋째)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브리핑실에서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일가의 회삿돈 횡령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보도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SK 총수일가 수사’ 결과 발표
검찰 “두 형제, 창투사 통해 돈 빼돌리기 공모”
분식회계 사면직후 범죄 시작…동생은 구속기소
“그룹 경영 악화상황 등 고려” 처벌 수위 낮춰
 5일 에스케이(SK) 총수 일가의 회삿돈 횡령 사건 수사를 끝내며 결과를 발표한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부회장 중) 누가 주범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둘 다 공범”이라고 답했다. 계열사 자금 수백억원을 창업투자사를 통해 빼돌리는 ‘아이디어’도 “두 사람이 공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2003년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됐다가 2008년 특별사면을 받았지만, 사면되자마자 회삿돈에 다시 손을 대는 ‘재범’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그는 불구속 기소라는 검찰의 ‘선처’를 받았다.

검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를 보면, 최 회장 형제는 본업 외에 선물투자를 통한 ‘재테크’ 쪽으로 일찌감치 눈을 돌렸다. 이들 형제는 1998년부터 무속인 출신 증권맨 김원홍씨를 알게 되면서 그를 통해 주로 주가지수 선물옵션투자에 나섰다. 한때 10배의 수익도 올렸다고 한다. 그러나 투기성이 강한 선물투자에서 수익은 잠깐이었고,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자신의 급여와 부동산·주식 매각 대금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에서 대출까지 받아 투자에 나섰지만 손실은 계속 불어났다.

2008년 6월께 신용·담보대출까지 한도를 넘겨 더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저축은행에서까지 차명 대출을 받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됐다. 같은 해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지수 변동폭이 커지자, 최 회장 형제는 위기의 순간에 ‘더 큰 베팅’을 하려고 자금 확보에 나섰다. 그러나 유동성 부족으로 저축은행에서 추가 대출이 어려워지자 창투사 투자용으로 가장한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선물옵션투자를 계속하기로 한다.

이 시점은 배임·분식회계 혐의로 처벌받았던 최 회장이 특별사면된 직후였다. 최 회장은 2002년 출자총액 제한제 시행을 앞두고 그룹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워커힐호텔 주식 가치를 부풀려 에스케이씨앤씨 소유의 에스케이㈜ 주식을 맞교환하면서 계열사에 761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또 1999년 제이피모건과의 이면계약을 통해 에스케이증권의 손해를 에스케이글로벌로 이전시켜 1112억원의 손실을 발생시켰다. 에스케이글로벌에 대한 1조5천억원의 분식회계는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였다.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최 회장은 2005년 6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2008년 5월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된 뒤 3개월 만에 사면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재벌 총수들을 대거 사면하면서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최 회장은 사면된 지 두 달 만인 그해 10월부터, 선물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에스케이텔레콤과 에스케이씨앤씨가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에 출자한 497억원을 선물투자용으로 빼돌렸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사면 직후 또다른 범죄를 시작한 셈이다.

회삿돈 수백억원을 개인적인 ‘재테크’에 유용한 책임에다, 사면받은 직후 또다른 범죄를 구상했다는 점에서, 최 회장의 책임은 가볍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의 ‘종범’ 격인 그의 동생 최재원(48) 수석부회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범죄 행위를 분담한 내용과 에스케이 그룹의 경제적 활동에 대한 영향, 회사 경영이 악화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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