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선후배·동기 ‘고향사람들’
평소 “사이트 무력화 가능” 자랑
1천만원 송금…술먹다 “공격개시”
평소 “사이트 무력화 가능” 자랑
1천만원 송금…술먹다 “공격개시”
지난해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일에 벌어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을 27일간 수사한 검찰은 이들이 디도스 공격 대가로 현금을 주고받은 것까지는 밝혀냈지만, 윗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검찰이 밝힌 디도스 공격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해 봤다.
■ 서로 잘 아는 진주 출신 선후배들 이 사건의 주범 격인 국회의장실 전 비서 김태경(31)씨와 최구식 의원 전 비서 공현민(28)씨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고교 3년 선후배 사이다. 2003년 김씨가 운영하던 샐러드 배달업체에 취직한 공씨는 김씨와 2006년 한나라당 공아무개 경남 도의원의 선거운동을 함께 하며 의기투합했다. 김씨는 나중에 공씨를 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수행비서로 추천했다. 공격을 실행한 강해진(26·ㄱ컴 대표)씨는 공씨와 초등학교 2년 선후배 사이고, 강씨 회사의 직원 4명 가운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한 차아무개(28)씨도 공씨의 중학교 동기였다. 김씨는 지난해 9월 교통사고로 입건된 ㄱ컴 직원의 수사상황을 공씨의 부탁으로 담당 경찰관을 통해 강씨에게 알려주며 친분을 쌓았다. 김씨는 “강씨를 위해 스포츠토토 복권사업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관계자를 만나 온라인 카지노 합법화 가능성을 논의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 아이티(IT) 천재 “디도스 공격 가능” 강씨는 평소 공씨 등에게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디도스 공격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자주 자랑했다. 그래서 김씨 주변에선 강씨가 ‘아이티 천재’로 알려졌다고 한다. 공씨는 차씨를 통해 강씨에게 “선관위도 공격할 수 있느냐”고 물어봤고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 강씨는 지난해 초, 경쟁 도박사이트 디도스를 공격하려고 디도스 프로그램 ‘카스툴’과 좀비피시 500여대를 이미 확보해둔 상태였다. 이에 선관위 누리집 디도스 공격을 결심한 김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엿새 앞둔 지난해 10월20일, 디도스 공격자금 1천만원을 공씨에게 보냈다. 공씨 등은 예금통장 적요란에 ‘차용증’이라고 기재했지만, 검찰은 이 돈을 디도스 공격의 대가로 판단했다. 강씨는 10월21일부터 중국·마카오·필리핀을 오가는 국외여행을 떠났다. 검찰은 강씨의 ‘외유’를, 외국에서 공격을 지시해 추적을 따돌리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 긴박한 디도스 공격 전날 밤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날인 10월25일 이들은 다시 긴박하게 움직였다. 공씨와 ㄱ컴 직원 차씨는 이날 밤 9시20~50분 사이 각자 자신의 집에서 선관위 누리집에 접속해 디도스 공격이 먹힐지를 알아본 뒤 서울 역삼동의 술집에서 김씨와 만났다. 공씨는 필리핀에 있던 강씨와 이날 밤 11시40분부터 자정을 넘어 5차례 통화하며 디도스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들이 함께 술을 마시던 10월26일 새벽1시~1시50분, ㄱ컴 직원들은 선관위와 박 시장 후보의 누리집을 시험 삼아 공격했다. 새벽 2시께 이들은 공씨에게 전화로 시험 공격이 성공했다고 알렸고, 공씨는 김씨와 상의한 뒤 투표 개시 시각에 맞춰 본공격을 하라고 지시했다. ㄱ컴 직원들은 새벽 5시53분부터 본공격을 개시했다. 선관위와 박 시장 후보 누리집에 접속 장애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공씨와 김씨는 오전 7시47분부터 10시54분까지 14차례 통화를 해가며 공격을 이어갔다. 선관위 누리집이 마비가 되고 파문이 커지자 공씨는 이날 낮 12시20분에 강씨에게 전화로 공격 중단을 지시했다. 공씨는 이로부터 5일 뒤인 10월31일, 김씨에게서 받은 1천만원을 강씨에게 건넸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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