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때 끝날줄 알았던 성적 폭언·집단 괴롭힘
가해학생이 같은 고교진학…악의적 소문 전파
피해 호소에 담임은 “몸가짐 바로하라” 핀잔만
가해학생이 같은 고교진학…악의적 소문 전파
피해 호소에 담임은 “몸가짐 바로하라” 핀잔만
경기도 수원 ㅎ여고 1학년 이아무개(17)양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들에게 집단 괴롭힘과 왕따를 당했다. 그래도 이양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굴레를 벗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입학식에서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전아무개양을 보는 순간 고등학교 생활도 ‘망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전양은 이양과 같은 반이 된 자신의 친구를 통해 1학기부터 이양에 대한 악의적인 소문을 학교에 퍼뜨리게 했다. 같은 반 학생들은 의기소침해져 잘 어울리지 않는 이양을 집단으로 괴롭혔고, 주위에서 선뜻 나서서 도와주는 친구들도 없었다. 이양을 도와주려다 오히려 자신이 왕따를 당할까 두려워서다. 이양을 괴롭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박아무개양은 자신의 노트에 그 내용을 상세히 기록했다.
박양의 노트에는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말과 욕설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같은 반 황아무개양은 걸어가는 이양에게 “다리 벌어졌다” 등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말을 노골적으로 했다. 유아무개양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재 ××야”라며 이양에게 모욕을 주기도 했다. 다른 반 학생들은 지적장애를 가진 이양의 어머니를 정신병자라고 놀렸다. 또 이양에게 수시로 “더럽다” “지랄한다”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이양은 지난해 9월에는 수업을 하다 말고 학교를 뛰쳐나왔다. 같은 반 학생 두 명이 이양에게 ××라고 모욕을 줬는데도 수업을 하고 있던 교사가 ‘조용히 하라’고 말할 뿐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자 도저히 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반 학생들이 교실에서 베개를 가지고 놀다가 터지자 이양의 머리 위에 베개 안에 들어있던 하얀 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또 이양에게 거울을 집어던져 허벅지에 멍이 들었다.
친구들은 이양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한 인터넷사이트에서 브이제이(VJ)로 활동한다는 이유로 ‘별창녀’라고 놀렸다. 인터넷방송 시청자들이 방송이 마음에 들면 브이제이에게 한 개 100원씩하는 별풍선을 보낼 수 있는데, 일부 브이제이들은 이 별풍선을 많이 받기 위해 선정적인 방송도 마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양은 “노래만 틀었는데도 노골적으로 놀린다”며 분개했다.
이양은 같은 반 친구들의 괴롭힘을 참기 힘들어 담임 선생님에게 다섯 차례 정도 알렸지만, 담임 선생님은 “지각하지 말고, 네가 몸가짐을 똑바로 하면 걔들이 그러겠냐”며 오히려 이양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양은 “더 이상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학교 가기가 두렵고 일상생활도 제대로 못해 자살을 생각할 때도 많다”고 울먹였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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