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집행유예5년 선고…또 ‘재벌 봐주기’ 논란
권익위원장 “한국 부패지수 높이는 데 법원 상당 기여”
권익위원장 “한국 부패지수 높이는 데 법원 상당 기여”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한 점에 최고 50억원 나가는 값비싼 외국 그림들을 자신의 집에 ‘컬렉션’하고 한 대에 3억원 하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등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리스해 자녀 통학용 차량 등으로 쓴 ‘대기업 오너’가 또다시 법원의 관용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19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담철곤(57) 오리온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고법 형사9부(재판장 최상열)는 이날, 회삿돈 300억여원을 빼돌려 해외 미술품, 최고급 외제차 구입 등에 쓴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 등)로 기소된 담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풀어줬다. 재판부는 담 회장의 횡령에 가담한 오리온그룹의 ‘넘버3’ 조아무개(54) 전략담당 사장에게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함께 석방했다.
재판부는 “회사의 자금을 사주의 재산과 구분하지 않고 함부로 사용하는 행태에는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면서도 “그림값 등에 대한 피해 변제가 전액 이뤄지고 향후 윤리경영을 다짐하고 있는 점에 비춰 원심의 형(징역 3년)은 다소 무겁다”고 감형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번 일은 준법경영을 하지 않은 데 있는 게 아니고, 피고인들의 개인적 욕심이 더 큰 문제”라며 “근본적인 반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대기업 사주에게 유달리 너그러운 대한민국 사법부의 과거 판결과 맥락을 같이한다. 서울고법은 2007년 9월 1000억원대 비자금을 만들고 회삿돈 900억원을 빼돌려 계열사에 2100억여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몽구(73)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해 석방했다. 당시 재판부는 △사재 8400억원을 출연할 것 △전경련 회원들에게 준법경영 강연을 할 것 △일간지에 같은 주제로 기고할 것 등 사회봉사 명령과 함께 정 회장을 징역에서 풀어줬다.
그보다 앞인 2006년에는 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용성(71) 전 두산그룹 회장 형제에게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07년 김승연(59)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 사건에서도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법원의 지나친 관용이 대기업 사주들의 도덕적·법적 해이를 반복적으로 초래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얼마 전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가 낮아지는 결정적 이유는 비리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를 풀어주고 사면·복권해 주기 때문”이라며 “판사들 머릿속에는 대기업 총수에게 중형을 선고하면 회사가 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전년의 39위에서 4계단 하락한 43위를 기록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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