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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출부·야간청소로 번 피같은 돈인데…노인 83명 ‘내집 꿈’ 사기당했다

등록 2012-01-26 20:10

“정부 미분양, 반값에 주마”
복지단체 사칭 12억 꿀꺽
피해자 대부분 저소득층
“절대 그러실 분들이 아닌데….”

임대주택 사기범들의 꼬임에 넘어가 수천만원씩을 떼인 노인들은 그럴 리 없다며 오히려 경찰을 타박했다. 피해 노인들 가운데는 “(피의자들이) 사심 없이 참복지를 실천하는 분들인데, 경찰이 수사하는 바람에 일을 그르쳤다”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피해 노인들이 ‘참복지를 실천하는 분들’이라고 한 이들은 사기 전과가 있는 권아무개(54)씨 등 4명이다.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권씨 등은 지난해 2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오피스텔 건물에 ‘국제호밍복지재단’이라는 유령단체 사무실을 차려놓고 “연간 수경원(수조원의 만 배)의 예산을 집행하는 세계적인 복지재단으로 집 없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복지사업을 한다”며 홍보를 시작했다. 이들이 “전라도 지역에 숨겨진 조상 땅 700만평을 찾아 자금을 마련했다”,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수백가구를 반값에 사들여 일부를 영구임대할 계획이다”라는 식으로 사업계획을 퍼뜨리자 60~70대 노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이렇게 끌어모은 회원들을 상대로 권씨 등은 접수비 5000만원만 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과 송파구 잠실동의 아파트에 곧 입주시켜주고, 임대기간 20년이 되면 소유권까지 넘겨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했다. 또 기존 회원이 다른 사람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면 아파트 분양대금 5억원의 3%인 1500만원을 추천 수당으로 떼어주는 다단계 방식으로 회원수를 불려나갔다. 이들은 강의시간표를 짜놓고 회원들이 사무실을 방문할 때마다 “정부가 하는 복지는 잘못된 복지이고, 우리가 하는 복지가 참복지다. 99%의 분노를 넘어 더불어 사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세뇌교육을 했으며, 수십차례에 걸쳐 일대일 상담을 하는 방법으로 아파트 제공 약속을 철석같이 믿게 했다.

이들에게 속아 넘어간 회원들은 대부분 저소득층 노인들로, 어렵게 생활하며 힘들게 모은 목돈을 전부 재단에 쏟아부었다. 김아무개(67)씨는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강남까지 출퇴근하며 야간 청소일로 평생 모은 4400만원을 내놓았고, 전아무개(70)씨는 파출부 월급을 모은 돈 1330만원을 뜯겼다. 정아무개(64)씨는 돈이 없어 장가를 못 간 아들에게 신혼집을 마련해주려고 빌려둔 돈 5000만원을 잃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노인 83명에게서 12억7000만원을 뜯어낸 혐의(사기)로 권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이아무개(56)씨를 불구속 입건했으며, 달아난 오아무개(55)씨를 쫓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권씨 등은 자신들을 교수라고 소개하며 피해자들을 화려한 ‘말발’로 속여 넘겼다”며 “돈을 빼앗긴 노인들 중 일부는 아직도 자신들이 속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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