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석방’ 비키니 시위에 ‘코피 조심’ 부적절 발언
누리꾼 “가슴에 쾌락…진보에 실망” 항의글 빗발
누리꾼 “가슴에 쾌락…진보에 실망” 항의글 빗발
비비케이(BBK) 사건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는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촉구하는 ‘비키니 시위’ 사진에 대한 ‘나꼼수’ 패널들의 부적절한 언급을 두고 누리꾼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인터넷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비키니 시위’가 하루 종일 인기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다. 누리꾼들은 비키니 시위 자체는 ‘표현의 자유’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는 의견들을 나타냈다. 하지만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패널들이 이를 언급하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왜곡된 관념을 드러낸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정 전 의원의 구명을 요구하는 사이트 ‘나와라 정봉주 국민본부’의 ‘1인시위 인증샷’ 게시판에 한 여성이 비키니 차림으로 자신의 가슴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고 쓴 모습을 찍은 상반신 사진이 올라왔다. 이를 두고 나꼼수 패널인 시사평론가 김용민씨는 지난 21일 공개된 방송에서 “정 전 의원께서는 (교도소에서)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고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같은 프로그램의 패널인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도 지난 27일 정 전 의원이 수감된 충남 홍성교도소에 낸 접견 민원인 신청서에 “가슴 응원 사진 대박이다. 코피를 조심하라”는 글을 쓴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다음날 이를 본 작가 공지영씨는 트위터에 “첫번째 비키니 인증샷은 발상적으로 신선해질 수 있던 사안이었으나 결론적으로 논란거리가 됐다”며 “심지어 가슴 인증샷을 옹호하는 마초들의 불쾌한 성희롱적 멘션들과 스스로 살신성인적 희생이라고 하는 여성들의 멘션까지 나오게 된 것은 경악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도 지난 28일 김용민씨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공개하며 “나꼼수에 열광하는 여성들을 함께 가는 동지가 아니라 음욕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수준이라면 어떻게 진보를 논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다른 누리꾼도 이화여대 동문 게시판에 주진우 기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을 올려 “진보와 보수 꼰대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하는 커다란 실망과 회의를 느낀다”며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진보의 세계에 여자란 한낱 ‘가슴’으로 상징되는 시각적 쾌락을 제공하는 ‘객체’임을 일깨우고 싶은 것이었는가”라고 적었다.
배은경 서울대 교수(여성학)는 “‘나꼼수’가 그동안 남성들의 술자리 뒷담화 방식으로 진행돼 온 측면이 있는데, 이번에도 여성의 정치적 각성으로 볼 수 있는 비키니 시위를 정 전 의원의 성욕감퇴와 연관지으며 일종의 ‘페티시’로 해석했다”며 “정치에 참여하는 여성을 치어리더로 전락시켜 버린 꼴”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씨와 주 기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공식적인 인터뷰를 거절했다. ‘나꼼수’ 공연 기획자인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진우, 김용민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든 변명이든 해명이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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