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감당못해 문닫아
‘30여년간 사랑해주신 고객께 감사 말씀 올립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1월31일을 마지막으로 폐점하게 됐습니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명물로 불렸던 ‘리치몬드 과자점’ 앞엔 얼마 전부터 폐점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리치몬드 과자점은 1979년 창업한 ‘전통 빵집’이다. 전국에 수천개씩 점포 수를 늘려가며 몸집을 부풀리는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같은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들과 달리, 홍대 앞과 성산동, 이화여대에만 직영점 3곳을 운영하고 있는 고집있는 빵집이기도 하다. 홍대 앞에 둥지를 튼 건 1986년부터였다. 홍대 앞 사거리에 자리잡은데다 매장도 264㎡(80평)로 널찍하고 빵 종류도 다양해 입소문이 났다. 프랜차이즈 빵집이 비집고 들어와 영세한 주변 빵집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와중에도 꿋꿋이 버텼다.
하지만 이름난 중견 빵집도 결국 자본의 공세에 무너졌다. 폐점을 하루 앞둔 30일 리치몬드 과자점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주변에 늘어나면서 매출이 약간 줄긴 했지만, 건물 주인이 임대료 인상을 명목으로 나가달라고 한 게 결정적인 폐점 이유”라고 밝혔다. 이 건물에는 롯데그룹 계열인 엔제리너스 커피전문점이 입점할 예정이다. 엔제리너스 쪽은 “부동산을 통해 매물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 계약을 했고, 제과점을 일부러 밀어낸 건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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