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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산재보험은 남 얘기… 눈길 위 ‘목숨 건 퀵’

등록 2012-02-01 20:09수정 2012-02-02 13:34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되는 퀵서비스 기사는 산업재해보험 가입이 안 돼 일 하다가 다치거나 숨져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한겨레> 자료사진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되는 퀵서비스 기사는 산업재해보험 가입이 안 돼 일 하다가 다치거나 숨져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한겨레> 자료사진
특수고용직 ‘퀵서비스’ 사고·사망 때도 보상 못받아
5월부터 보험가입 길 텄지만 비용 부담 실효성 의문
전날 6.2㎝의 눈이 내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대문종합시장 의류 도매상가 인근에선 퀵서비스 오토바이들이 눈이 덜 녹은 도로를 아슬아슬하게 달리고 있었다. 퀵서비스 경력 15년차인 이아무개(53)씨는 “어제 내린 눈 때문에 사고가 나서 다칠까봐 염려해서 그런지 오늘은 기사들의 70%밖에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력 6년차인 석아무개(46)씨도 “어제 눈길에 미끄러져 손목을 다쳐 쉬려고 했는데, 아침에 병원을 들렀다가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퀵서비스 기사는 법적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노동자)로 분류된다. 노동자가 아니라서 산업재해 보험 가입이 불가능해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숨져도 보상이 없다. 때문에 폭설 등으로 사고 위험이 큰 날엔 일하러 나오기를 꺼린다.

지난해 12월15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선 배달에 나섰던 퀵서비스 기사 김아무개(53)씨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교통사고로 숨지고 오토바이는 불에 탔다. 김씨가 모시고 살던 80대 노모와 중학생 아들은 사망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고, 동료 기사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겨우 장례를 치렀다.

경력 4년차인 김아무개(36)씨도 배달 도중 골목길에서 튀어나온 차를 발견하고 급히 오토바이를 세우다가 미끄러져 전치 12주의 왼쪽 다리 골절상을 입고 입원중이지만, 400만~500만원에 이르는 병원비를 보상받을 길이 없다. 김씨는 “산재보험이 안 되니 오토바이 사고가 났을 때 자기손해까지 보장되는 종합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1년 보험료가 100만원 남짓이라 엄두도 못 냈다”며 “병원비도 문제지만 일을 못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현실을 감안해 오는 5월부터 퀵서비스·택배 기사들도 산재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지난해 11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을 고쳤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2008년부터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험료를 절반씩 부담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골프장 캐디, 레미콘트럭 기사,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4개 업종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2009년 8.9%, 2010년 8.6%에 그치고 있다. 이렇게 가입률이 낮은 까닭은 관련법 제125조에 노동자가 법 적용을 원하지 않으면 적용제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상당수 사용자들은 이 조항을 교묘히 이용해 노동자들을 채용할 때부터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이 이 조항을 삭제한 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민주노총 퀵서비스 노동조합 양용민 위원장은 “사용자와 노동자의 보험료 반반 부담과 적용제외 독소조항이 살아있는 한 우리들의 산재보험 가입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산재보험은 사회보장의 일환인 만큼 모든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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