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만의 2월 한파 ‘거리의 사람들’
칼바람속 언 도로와 씨름
미화원 “아랫목 그립지만”
칼바람속 언 도로와 씨름
미화원 “아랫목 그립지만”
55년 만의 2월 한파가 몰아친 2일, 서울의 수은주는 하루 종일 영하 10℃ 아래에서 맴돌았다. 다들 따뜻한 곳을 찾아 종종걸음을 쳤지만, 생계 때문에 얼어붙은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이들은 이날도 거센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03:00 중구 만리동 -15℃
3년째 마포구 공덕동 일대에서 폐지를 줍는 이아무개(76)씨는 새벽 3시 손수레를 몰고 만리동 집을 나섰다. 아내와 단둘이 사는 이씨는 매일 밤 저녁을 먹고 잠을 청한 뒤 편의점에 물건이 새로 들어오는 새벽 3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도 뭘 어쩌겠어. 편의점에서 박스 못 받으면 하루 만원도 못 버는데. 오늘은 너무 추워서 중간중간 큰 건물에 들어가서 몸 좀 녹였어.” 이씨는 오전 9시께 아침을 먹고 집에서 잠시 쉰 뒤 오후 1시까지 폐지를 주워 하루 2만원 남짓을 번다.
05:00 마포구 아현동 -15.7℃
아현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로 일하는 박아무개(58)씨의 입술에 호루라기가 달라붙었다. 호루라기에 묻은 침이 얼어버린 탓이다. 호루라기를 불어야 하기 때문에 마스크도 쓰지 못한다. 사고방지용 작업화는 금속 재질이어서 바닥의 한기가 그대로 발로 전해진다. “오늘 엄청 춥다고 해서 점퍼를 한개 더 껴입고 나왔더니 어제보단 낫네. 더우나 추우나 하는 일은 해야지 뭐.”
09:00 서울역 -16.8℃ 전날 응급구호방과 지하도 등에서 몸을 녹인 320여명의 노숙인들이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에서 제공한 뜨끈한 곰탕으로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급식소는 보통 다음 식사 준비를 위해 식사를 마친 노숙인들을 밖으로 안내하지만, 이날은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오후까지 식당을 개방했다. 요즘 서울역 근처 긴급구호시설은 서울역사 야간노숙 금지와 한파 때문에 연일 만원이다. 서울역 노숙인을 지원하는 ‘다시서기센터’ 관계자는 “간밤에 다시서기센터에 270명, 응급구호방에 130명 등 약 400명이 잠을 자고 갔다”며 “2~3일 전만 해도 300여명 정도였는데 날씨가 연일 춥다 보니 구호시설이 계속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말했다. 13:00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12.6℃ 청량리시장에서는 두꺼운 패딩점퍼에 목도리를 두른 상인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청과시장의 한 골목은 추위 탓에 가게 35곳 중 8곳만 문을 열어 한산했다. 14년째 청량리시장에서 과일을 팔아온 안윤식(42)씨는 “오늘 같은 날은 과일을 내놓으면 다 얼어버려, 아예 장사를 안 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생선노점을 하는 임아무개(29)씨는 “먹고살려면 이거라도 팔아야 한다”며, 좌판 뒤쪽에 놓인 연탄난로에 연신 손을 비벼 가면서 몸을 녹였다. 14:00 관악구 신림동 -11.4℃ “낮에도 이렇게 맞바람을 맞으며 일하기는 오늘이 처음이에요.” 관악구에서 10여년간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있는 김정만(62)씨는 강한 칼바람에 혀를 내둘렀다. 새벽 4시부터 3시간30분, 오전 8시부터 3시간, 오후 1시부터 2시간, 이렇게 하루 모두 8시간30분 동안 일하는 김씨는 이틀 전 내린 눈이 도로변에 얼어붙어 길 위에 떨어진 쓰레기들만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얼른 끝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맡은 일이니까 책임감 갖고 해야죠.” 박태우 이충신 정환봉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회사가 지옥”…회 못먹자 회식을 매번 회로
■ 2만원벌이 폐지수레는 영하15도 새벽을 가르고…
■ 박원순 “총선 전에 민주통합당 입당”
■ 차세대 전투기 공개입찰 전에…“MB, 오바마에 F35선정키로 약속”
■ ‘모든 남성’이 죽을 때 후회하는 한 가지는?
09:00 서울역 -16.8℃ 전날 응급구호방과 지하도 등에서 몸을 녹인 320여명의 노숙인들이 무료급식소 ‘따스한 채움터’에서 제공한 뜨끈한 곰탕으로 늦은 아침식사를 했다. 급식소는 보통 다음 식사 준비를 위해 식사를 마친 노숙인들을 밖으로 안내하지만, 이날은 노숙인들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오후까지 식당을 개방했다. 요즘 서울역 근처 긴급구호시설은 서울역사 야간노숙 금지와 한파 때문에 연일 만원이다. 서울역 노숙인을 지원하는 ‘다시서기센터’ 관계자는 “간밤에 다시서기센터에 270명, 응급구호방에 130명 등 약 400명이 잠을 자고 갔다”며 “2~3일 전만 해도 300여명 정도였는데 날씨가 연일 춥다 보니 구호시설이 계속 발 디딜 틈이 없다”고 말했다. 13:00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12.6℃ 청량리시장에서는 두꺼운 패딩점퍼에 목도리를 두른 상인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청과시장의 한 골목은 추위 탓에 가게 35곳 중 8곳만 문을 열어 한산했다. 14년째 청량리시장에서 과일을 팔아온 안윤식(42)씨는 “오늘 같은 날은 과일을 내놓으면 다 얼어버려, 아예 장사를 안 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생선노점을 하는 임아무개(29)씨는 “먹고살려면 이거라도 팔아야 한다”며, 좌판 뒤쪽에 놓인 연탄난로에 연신 손을 비벼 가면서 몸을 녹였다. 14:00 관악구 신림동 -11.4℃ “낮에도 이렇게 맞바람을 맞으며 일하기는 오늘이 처음이에요.” 관악구에서 10여년간 환경미화원 일을 하고 있는 김정만(62)씨는 강한 칼바람에 혀를 내둘렀다. 새벽 4시부터 3시간30분, 오전 8시부터 3시간, 오후 1시부터 2시간, 이렇게 하루 모두 8시간30분 동안 일하는 김씨는 이틀 전 내린 눈이 도로변에 얼어붙어 길 위에 떨어진 쓰레기들만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날씨가 너무 추워 얼른 끝내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래도 맡은 일이니까 책임감 갖고 해야죠.” 박태우 이충신 정환봉 기자 eh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회사가 지옥”…회 못먹자 회식을 매번 회로
■ 2만원벌이 폐지수레는 영하15도 새벽을 가르고…
■ 박원순 “총선 전에 민주통합당 입당”
■ 차세대 전투기 공개입찰 전에…“MB, 오바마에 F35선정키로 약속”
■ ‘모든 남성’이 죽을 때 후회하는 한 가지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