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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장 “오곡밥 드셨냐” 묻자 “딴소리 마세요”

등록 2012-02-06 22:21수정 2012-02-07 10:42

‘국민과 함께하는 법원’을 주제로 ‘소통2012 국민 속으로’ 토론회가 열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 대회의실에서 6일 오후 시민·문화인·교수 등 각계 인사로 구성된 패널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청중들이 발언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국민과 함께하는 법원’을 주제로 ‘소통2012 국민 속으로’ 토론회가 열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 대회의실에서 6일 오후 시민·문화인·교수 등 각계 인사로 구성된 패널들이 대화를 나누는 동안 청중들이 발언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야유·항의…법원과 대중 사이 ‘불통 그늘’
서울중앙지법 ‘소통2012’ 현장
행사 전부터 영정시위 몸싸움
조국 교수 “인식 괴리감 크다”
어려운 용어·권위적 대응 여전

소통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6일 ‘소통 2012, 국민 속으로’라는 이름으로 국민과 대화하는 마당을 마련했지만, 장내 소란과 야유, 항의 목소리는 소통을 위한 공간에서도 그칠 줄 몰랐다. 이날 오후 2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에서 열린 행사는 500여명의 시민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등을 연출한 이정향 감독, 판사 출신인 김상헌 엔에이치엔(NHN) 대표이사 등이 패널로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러나 행사 시작 10여분 전부터 법원에 대한 성토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숨진 아들의 영정 사진을 든 아버지는 단상 바로 앞에서 진행요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방청객들은 “얼마나 억울하면 그렇겠느냐. 그냥 놔줘라”며 그를 제지하는 진행요원을 나무라기도 했다.

이 같은 소란은 패널들이 법원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다소 정리되기 시작했다. 조 교수는 “법원과 대중 사이의 인식 괴리가 엄청나게 큰 것 같다”며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고 하지만, 시민들은 결론까지 가게 되는 과정에 상처를 받게 되고, 이것이 불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의심과 분노는 ‘당신들이 법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라고 답하는 이상 절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 시민들이 정의를 기대할 수 있는 곳은 법원이기 때문에, 법원이 노력한다면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법관들이 ‘힘들게 일하고 있는 우리를 왜 안 믿어줄까’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발언 사이사이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거나, ‘옳소’라는 말로 추임새를 넣었다.

한편 소통을 위한다는 이날 행사에서는, 여전히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사법부의 단면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최성준 민사수석부장판사는 2011년의 의미있는 판결을 소개하면서, “‘피고인이 정신지체 장애인인 경우에는 진술거부권 고지 여부를 실질적으로 판단해,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피의자신문조서는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판결을 했다”는 등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법률용어를 나열했다.

또 이진성 서울중앙지법원장은 방청객들에게 법원 현황 보고를 하면서 “대보름인데 오곡밥은 드셨냐”는 덕담을 건넸는데도 방청석에서 “딴소리 하지 마세요”라는 썰렁한 반응이 돌아오자, “제가 말씀드릴 때는 좀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말을 끊었다. 방청석에서는 “너무 억울해서 그래요. 너무 억울해서…”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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