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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 공무원 진땀 빼게 한 ‘열공시장’ 박원순

등록 2012-02-10 12:17수정 2012-02-10 12:38

지난 8~10일 2박3일 일본 방문한 박 시장
직접 보고 듣고 만져보는 ‘실사구시’ 강조하며 질문공세

“이것 좀 보세요. ” 박원순 서울시장이 느닷없이 일본 도쿄 거리의 길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지난 9일 밤 일본 출장 이틀째 일정을 마치고 3성급 호텔인 숙소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박 시장은 기자들에게 “제가 보도블록 공사를 함부로 안하겠다고 했잖아요”라며 빈틈없이 짜맞춰진 보도블록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취임식에서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하지 않겠다. 보도블록 시장으로 불려도 되니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도쿄의 보도는 서울처럼 거칠고 울퉁불퉁하지 않고 1㎝의 오차도 없이 아귀가 들어맞는 보도블록으로 덮여 있었다. 오래된 나무 밑둥이 있으면 거기에 맞춰 동그랗게 잘라냈고, 대부분의 가로수 주변에는 흙으로 빗물이 스며드는 투수층을 넓게 둬서 도심 호우에도 대비했다.

지난 8~10일 2박3일 일본을 방문한 박 시장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현장에서 답을 얻는 ‘실사구시’를 강조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박 시장은 ‘생활의 발견’을 강조했다. 인사말을 위해 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발언하는 사람이 중심을 잃고 넘어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지지대를 가리키며 “이런 게 일본이 강조하는 ‘개선’(정신)으로, 지금은 작지만 이게 쌓이면 큰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거 있으면 옛날에는 딱 사진 찍어서 블로그에 올렸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등은 배낭, 양손은 카메라와 수첩’으로 활약했던 시민운동가 때를 말한 것이다.

지난 9일 도쿄도 방재시설을 찾았을 때 수행한 공무원이 최신 기종 사진기로 사진을 연방 찍는데도 방재시설 모형을 보자 박 시장은 스마트폰을 꺼내 인증사진을 남겼다. 이렇게 모인 자료들은 모두 박 시장이 직접 카테고리에 따라 분류한 뒤 시장 집무실의 수백개 파일에 저장한다.

동행한 서울시 과장급 보다 질문이 많아 일본 공무원들이 진땀을 빼게하는 것도 ‘열공 시장 박원순’의 특징이었다. “이 물은 얼마나 팔려요?” “이곳에선 수돗물이 가정으로 배달될 때 누수량이 얼마나 되나요?” 지난 8일 요코하마시의 한 정수장에서도 한참 질문 공세를 이어가던 박 시장은 중간에 “저만 질문을 하고 있네요. 다른 분들도 질문하세요”라고 겸연쩍게 웃기도 했다.

박 시장은 스스로 “화장실도 못갈 정도”라고 털어놓을 정도로 30분 단위의 빡빡하게 짜놓은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도 가만 있지 않고 뒷좌석에 앉은 공무원들을 ‘괴롭혔다’. 그는 방문지와 관련된 주무부서 공무원이 뒷자리에 앉으면 허리를 틀어 뒤로 돌아서 이동 중 내내 궁금한 것을 묻고 확인했다.

9일 밤 박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다. “비록 오늘 제가 묵은 호텔의 작은 방이지만 서울의 안전과 변화를 고민하기에는 결코 좁지 않습니다. 서울시장이 3성급 호텔 묵었다고 뉴스가 되는 것이 이상한 세상이 아닌가요? ”

지난 8일 새벽에 일본으로 출발한 박 시장은 10일 밤 11시께 서울에 도착한다. 박 시장의 취임 뒤 첫 외국 출장 2박3일은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보려는 대학생 배낭여행과 비슷했다.

도쿄/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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