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바람길·풍차·실개천…임대주택의 재발견

등록 2012-02-12 20:20

1997년 재개발된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의 후카사와 임대주택은 주민과 구청의 2년3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고령자와 장애인을 배려하고 환경과 공생하는 주택단지로 거듭났다. 10일 낮 찾은 후카사와 공생임대주택단지의 모습. 서울시 제공
1997년 재개발된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의 후카사와 임대주택은 주민과 구청의 2년3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고령자와 장애인을 배려하고 환경과 공생하는 주택단지로 거듭났다. 10일 낮 찾은 후카사와 공생임대주택단지의 모습. 서울시 제공
‘뉴타운 반면교사’ 도쿄 후카사와 단지 가보니
풍력발전으로 가로등 밝히고 청소·화장실 빗물 재활용
개발전 2년 넘게 의견 조율…자연친화·주민공생 공들여
조용한 주택가에 난데없이 풍차가 하늘로 불쑥 솟아나와 있다. 주택단지 안으로 걸음을 옮기니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지하수를 끌어올린 실개천이 단지 중심에 흐르고 있었다. 풍차는 장식용이 아니라 단지 안에 시냇물을 순환시키는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발전기 구실을 한다.

건물의 복도 벽에는 큼지막한 구멍이 뚫려 있어 바람이 순환할 수 있도록 했다. 바람길을 고려한 단지 배치로 겨울엔 찬바람을 막고 여름엔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도록 돼 있다.

물과 바람과 햇빛이 막힘없이 흐르는 곳, 지난 10일 찾아가 본 도쿄 세타가야구 후카사와 환경공생임대주택단지 풍경이다. 환경공생주택이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하며, 사람이 건강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도록 고안한 주택이다

도쿄도 동남쪽에 있는 세타가야구의 후카사와 임대주택은 일본의 대표적 친환경 주거단지다. 1952년 도쿄도가 도영 임대주택으로 건설한 35가구의 목조주택을 1997년 세타가야구가 70가구의 친환경주택으로 다시 지었다. ‘건강하고 쾌적한 거주공간, 주민들이 교류하는 거주공간을 거주자 스스로 실현한다’는 목표를 갖고 만든 임대주택 단지는 담장을 없애 거주자뿐 아니라 인근 지역주민들에게도 편안한 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임대주택’ 하면 연상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오히려 지역주민들이 환영하는 주거단지로 거듭난 것이다.

이곳은 각 건물의 옥상과 벽면 일부에 식물을 심어 외부단열 효과를 내 냉난방 비용을 줄였다. 지붕 등 곳곳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패널과 2기의 풍력발전기는 단지 내 12개 가로등을 밝히는 전력을 공급한다. 개발되기 전의 목조주택을 분리하면서 남은 나무 자재들도 화단을 만드는 데 알뜰하게 다시 사용했다. 자원 재활용 노력과 함께 전에 살던 사람들의 소중한 추억을 남긴다는 의미가 있다.

주민들은 빗물 재활용에도 적극적이다. 각 가정에 설치한 100ℓ 용량의 빗물받이 탱크에 모인 빗물은 화단에 물을 주거나 청소하는 데 사용한다. 단지 내 투수층 바닥으로 스며든 빗물은 저류조에 모았다가 화장실 용수로 재활용한다.

개발 과정에서는 기존 거주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 7400㎡의 터에 지은 3~5층 높이의 건물 5개 동에는 17가구의 노인주택과 3가구의 장애인주택을 만들어 노인과 장애인이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문턱을 없애고 집안 곳곳에 손잡이를 설치했다. 거주자 중엔 장애인 가정이 없었지만 일부러 ‘공생’의 의미를 담아 장애인을 배려한 전용주거공간도 만들었다.

개발 전부터 이곳에서 60여년을 살아온 다구치 고하치(87)씨는 “원주민 19가구와 구청이 2년3개월 넘게 서로의 주장을 조율했다”며 “그 결과 대부분 고령자인 주민들이 희망한 문턱 없애기, 손잡이 만들기 등의 요구가 아주 많이 반영됐다”고 자랑했다.


지난 8일부터 시작한 2박3일 일본 출장의 마지막 일정으로 이날 단지를 둘러본 박원순 시장은 “임기가 끝나는 2014년까지 임대주택 8만호를 짓겠다고 공약했는데, 세타가야구 임대주택은 주택이 어떻게 주민들과 공생하고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임대주택 짓는 과정을 보면 오랜 기간 주민과 관청이 상의해 합리적 결론에 이르렀다”며 “뉴타운은 (일방적으로) 몰아갔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환경을 보호하고 에너지를 아끼는 후카사와 임대주택단지의 구조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임대주택에 도입하고 기존에 살던 주민을 배려한 사업추진 과정을 공공임대주택뿐 아니라 민간주택 재개발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도쿄/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김효재·최시중…‘MB측근’ 조중동 출신의 몰락
도축 직전의 개·돼지 “제발 기절하게 해주세요”
‘4대강 사업 위법’ 첫 판결 나왔다
일 공무원 진땀 빼게 한 ‘열공시장’ 박원순
이탈리아 수출 ‘로봇 대장내시경’ 놓고 논란…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