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장(오른쪽 둘째)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의료기관의 ‘임의비급여’ 관행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복지부 “과잉진료 등 환자 부담만”
성모병원 “최적의 치료 위해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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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이아무개(39)씨는 최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아들의 폐수술이 끝난 뒤 400만원이 청구된 진료비를 보고 “수술비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며 병원쪽에 항의했다. 병원쪽은 담당 의사의 판단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수술 기법을 사용해 비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건강보험에는 적용 범위에 드는 ‘급여 진료’와 적용 범위는 아니지만 정부가 인정해 환자가 거의 전액을 부담하게 되는 ‘비급여 진료’만 있다.
이씨의 사례처럼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건강보험의 적용 범위에 들지 않지만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수술이나 치료제 등을 제공한 뒤 ‘임의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해 비용을 전부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행태가 많이 일어난다.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상 이는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일단 비용을 납부한 이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가 적정한지를 확인해달라고 청구했고, 결국 과다납부로 인정돼 병원쪽에서 진료비 80만원을 돌려받았다.
치료에 필요하지만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는 진료 행위에 대해 환자에게 자비 부담을 시키는 의료기관의 이른바 ‘임의 비급여’ 관행이 대법원의 심판대에 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가톨릭대학교 부속 여의도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과징금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대법원 공개변론은 2010년 12월에 열린 이른바 ‘안기부 엑스(X)파일’ 사건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여의도성모병원은 2006년 백혈병 등 혈액질환 환자들에게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약품을 투여하고 본인부담금을 받은 것이 의료비 부당징수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1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와 부당이득 징수 처분을 받자 소송을 내어 1, 2심에서 승소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임의 비급여를 허용할 것인지 여부다. 지금껏 판례는 법정 기준을 벗어난 진료를 제공하고 비용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일절 허용될 수 없고, 설령 의사가 환자의 동의를 받거나 의학적으로 필요했더라도 예외를 둘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이런 판례가 환자의 생명권과 의사의 직업수행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해 왔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피고인 보건복지부쪽 대리인은 “임의 비급여가 허용되면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료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환자가 선택권을 행사하기 어려워 의료비 부담만 급증하게 될 것”이라며 “환자가 신약의 임상실험에 악용될 우려도 있어 임의 비급여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원고인 여의도성모병원쪽 대리인은 “의사는 환자에게 최적의 진료행위를 할 의무가 있다”며 “제대로 된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치료 방법이 의학적 타당성과 불가피성을 갖춘 경우 비용을 본인부담금으로 환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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