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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박원순 “잔인한 시간이었지만…강용석 용서하겠다”

등록 2012-02-23 15:52수정 2012-02-23 16:09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두달 외롭고 힘들었다”
“처음엔 황당했다. 나중엔 처참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아들의 병역 문제를 두고 벌어진 논란이 마침표를 찍은 뒤에야 이렇게 속내를 밝혔다.

박 시장은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소문로 서울시청 별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들 박주신(27)씨에 대해 무소속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병역 기피 논란을 두고 “강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동조 단체와 대표자, 몇몇 언론사, 표독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개인들에게 형사고소는 말할 것도 없이 민사상으로도 손해배상을 받아 죄과를 추궁하려 결심했다”고 말한 뒤 “그러나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났고 강 의원은 사과와 함께 사퇴한 만큼 반대편에 섰던 모든 분을 용서하겠다”고 말했다.

아들의 변호인을 맡은 엄상익 변호사는 앞서 지난 22일 주신씨가 서울 신촌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적으로 자기공명영상(MRI)을 재촬영한 뒤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모두 준비했고 최종 스타트라인을 끓을 것인지는 박 시장에게 달렸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 박 시장이 용서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강 의원 등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인 명예훼손 혐의는 적용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박 시장은 “(아들의 엠아르아이) 의료기록 (유출) 문제는 누리꾼이 고발을 해서 형사사건화돼 있다”며 “제 의지와 상관없이 그 부분은 별도로 추궁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박 시장은 ‘박 시장 쪽의 안이한 대응이 불필요한 논란을 키웠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선, “우스꽝스러운 질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의원 등의 주장이 “정상적 사회에서의 합리적 의심과 문제제기를 넘어 정치적 암살을 기도했던 것”이라서 오히려 입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성폭력 사건을 두고 많은 남성이 왜 여성이 적극적으로 저항 안 했냐고 하지만 때론 저항할 수 없는 때가 있다”는 말로 그간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아래는 박원순 서울시장 기자간담회 전문이다.


“어제 긴 하루를 보냈다. 처음에는 정말 황당했다. 제가 모르는 병역 비리가 있는가, 그래서 혹시나 해서 아내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누군가 의사에게 (아들 병역 문제를) 얘기한 적이 없냐고. 그랬더니 정색하며 그럴 리 있냐고 저에게 물었다. 그리고 제 아들에게 다시 물었다. 친구나 아는 의사를 통해 말한 적이 있냐고. 그랬더니 아들이 너무 침통한 표정으로 제게 말했다. 어떻게 아버지가 저를 믿지 못하시냐고. 저는 너무 처참한 심정이었다. 아들에게도 큰 죄를 지은 기분이었다.

강용석 의원이 현상금을 내걸었을 때, 아들이 다니는 교회까지 쳐들어가 동영상을 찍을 때 여자친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알아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해댔을 때, 에스엔에스(SNS)에 악담을 퍼트릴 때, 아들은 집밖을 함부로 다니질 못했다. 공포에 질려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느냐고 세상 사람들이 저를 믿어줄 거라고 믿었다. 강 의원이 신이 나서 폭로하고 사람들이 동조했다.

모욕적이고 잔인한 언어의 폭력이 가슴을 후벼팠다. 기자 분들은 기억하실 거다. 제가 “정말 잔인하다”고 한 것을 아실 거다. 제 심정이 정말 그랬다. 여러분 보셨던 것처럼 시청 앞에 정체성도 알 수 없는 단체들이 몰려와서 시위를 했다. 제 집무실에서도 소리가 다 들렸다. 애써 못 들은 척, 안 들은 척했다.

시내 전역에 (아들의 병역 의혹을 비난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제 차를 타고 있으면 운전하는 분과 비서관에게도 부끄러웠다. 제가 잘못한 것이 없지만 함께 일하는 이들이 내가 모시는 시장이 얼마나 부도덕하다고 느낄까 싶었다.

의사들까지 (엠아르아이 필름) 조작을 의심한다는 표현을 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사들의 직업적 윤리와 전문성을 상기하면서 절망했다. 일부 극단적인 언론들도 처음부터 저희를 몰아세웠다. 은근히 강 의원을 편드는 기사도 있었다. 어떤 기자는 제 시장 공관 앞에도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 가슴이 아팠다. 충격 속에 지난 두 달 우리 가족이 침울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를 지지해준 사람들이 다 어디 갔는가. 제가 트위터에 글 자주 올리곤 하는데 저를 비난하는 글로 가득찼다. 외로웠다. 힘들었다. 지난 두 달이 저에게 정말 잔인한 계절이었다고 생각한다. 명색이 서울시장이라는 사람과 가족에게까지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며 정치적 이익을 얻고 동조세력을 규합하는 구조와, 그 구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대한민국이 이런 사회인가 되물었다. 서울시장에게 이럴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우리가 기억하는 (가수 타블로의 학력 의혹을 제기한)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저는 그것이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결심을 했다. 강 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동조 단체와 대표자, 몇몇 언론사, 표독한 허위사실을 유포한 개인들에게 형사 고소는 말할 것도 없고 민사상으로도 재산을 가압류해 알뜰하게 손해배상받아 끝없이 죄과를 추궁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진실은 백일하에 드러났다. 그토록 미웠던 강 의원은 사과와 함께 사퇴했다. 대못을 박았던 의사들도 사과했다. 진정한 것인지 아직 확신은 할 수 없다. 보호받아야 할 개인적 의료기록이 어떻게 유출되고 공개됐는지, 다신 이런 일 없기 위해서라도 발표하고 책임져야 한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시장실엔 두 개의 책장이 있다. 양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좌우갈등, 빈부격차, 세대간 갈등을 상징한다. 갈등과 공존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물론 법적으로 책임을 추궁하고 용서해선 안 된다고 하는 많은 분들이 계신다. 그러나 저는 반대편에 섰던 모든 분을 용서하겠다. 시민들은 이미 진실을 알았고 잘못을 응징했다. 참회와 걸맞는 행동 안 한다면 시민들이 확고히 심판해줄 거라고 믿는다. 모든 것을 그들에게 돌리겠다. 공은 그들에게 넘어갔다.

민주주의는 상대에 대한 관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 사회가 제 결단으로 말미암아 좀 더 성숙하고 상식적인 사회로 가길 바란다. 품격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나간다. 끝까지 절 믿어주신 시민 여러분께 마음으로부터 감사한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단 얘기 전한다. 군에서 복무하며 어려운 청춘의 시기 보내는 군 장병에게도 미안하고, 감사와 위로의 뜻을 전한다. 이상은 저와 저희 가족의 뜻이다. 저는 앞으로 시정에만 전적으로 몰두하겠다.”

-용서한다는 내용은 법적·형사적 책임 안 묻겠다는 뜻인가?

“지금으로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

-모든 이들에 대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공을 그쪽으로 넘기겠단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그분들이 스스로 성찰하고 반성하고 그럼으로써 다른, 상식적인 사회 만들어볼 수 있도록 기회드린단 뜻이다.”

-공을 넘긴다고 했는데 의료 기록 유출과 관련해선 (강 의원) 스스로 밝혀야 한단 취지인가?

“의료기록 문제는 네티즌이 고발을 해서 형사사건화돼 있다고 안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수사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명예훼손이라든지 이런 부분은 본인 의사 없으면 처벌 못하는 죄이지만 그 부분은 별도로 추궁되지 않을까 한다.”

-오늘 입당한 건 이 문제 해결한 뒤 입당해야 했기 때문인가?

“그렇진 않다. 이미 지난주에 김 지사(김두관 경남지사)와 함께 입당하려고 조율하고 있었는데 아시다시피 야권연대 위해 가능하면 입당 전에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일주일 미뤘던 것이다.”

-초기 미온적 대응이 (아들 병역 의혹) 논란을 키웠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성폭력 사건을 두고 많은 남성들이나 언론들은 왜 여성이 그렇게 화려한 옷 입었냐고, 적극적으로 저항을 안 했냐고 한다. 때론 저항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상식적으로 대한민국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병역을 기피할 수 있겠나. 제가 시장 됐는데 다른 공직자라도 병역 면탈 가능하다고 생각 안 했다. 의심이 너무 황당한 것이었다. 강 의원이 (아들의) 키가 얼마라고 하는지 들은 적이 없다.

우스꽝스런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문제를 제기하면 제기당한 사람이 반대로 입증하기 참 어렵다. 안 했단 걸 입증하기 더 어렵잖나. 이번 사건은 합리적 의심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제게 와서 더 자세히 물어볼 수도 있었잖나.

아이의 키와 몸무게에 대해, 모든 것이 진실로 확인된 것처럼 수많은 단체들과 그 문제를 제기한 거 아닌가. 정상적 사회에서의 합리적 의심과 문제제기를 넘어 정치적인, 제 변호인이 말했듯 정치적 암살을 기도했던 것이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에 가기 앞서 어제 새벽에 명지대병원에서 시뮬레이션했다는 보도는 진짜인가?

“사실은 세브란스에서 했던 것에 의해 완전히 논란이 종결될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어차피 합리적 의문을 제기한 것이 아니므로 객관적 사실 드러나도 또 문제제기할 거라고 생각했기에 또 하나의 확인을 비공개로 해두고 싶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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