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원 기자
현장에서
장마철, 지붕에서 비가 새고 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비 새는 곳이 어딘지, 피해는 얼마나 되는지부터 살펴볼 것이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때문에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중소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 응당 현장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 순서일 터이다. 대형마트 문제를 다루는 서울시의 경제진흥실 창업소상공인과에서 ‘서울시 자치구별, 업체별 대형마트 입점 현황’ 자료를 최근 받아보았다.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서울시가 작성한 이 자료에는, 시내에 이마트 20곳, 홈플러스 17곳, 롯데마트 9곳 등 46개의 대형마트가 있는 것으로 적혀 있었다. 하지만 28일 대형마트들이 공개한 현황을 보면 이마트 29곳, 홈플러스 16곳, 롯데마트 13곳으로 총 58곳에 이르렀다. 대형마트 세 군데만 살펴보았는데도 시의 자료는 실제와 12곳이나 차이가 났다. 기업형 슈퍼마켓이나 다른 프랜차이즈 대형마트까지 포함시키면 얼마나 더 부실한 결과가 나왔을까?
시 담당자는 “25개 구청의 자료를 취합하다 보니 수시로 업데이트하기도 어렵고 일부 누락될 수도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울시 자료에는 1년 전에 문을 연 이마트 이수점은 물론이고 2004년부터 영업중인 이마트 용산점마저 빠져 있었다. 대형마트 수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할 수 있을까? 지난해 말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맞춰 서울시가 대형마트 영업을 규제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소상인을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지 믿기 어려워지는 이유다.
시는 올해도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22개 전통시장에 지붕을 씌우는 시설현대화 사업 등에 184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그러나 중소상인에게 큰 위협이 되는 대형마트 현황조차 시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서울은 이들에게 지붕에 장맛비가 줄줄 새는 무방비 도시일 수밖에 없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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