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민간사찰 증거인멸 ‘윗선’ 재수사 불가피

등록 2012-03-05 20:46수정 2012-03-06 10:37

민주당 특위 “청와대 최종석 행정관 재조사해야”
애초엔 ‘총리실’서 마무리…청, 개입 개연성 커져
민주통합당 ‘엠비(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특별위원회’는 5일 청와대 행정관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불구속 기소)에게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했다는 <한겨레21> 보도와 관련해 “검찰은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재수사해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장 전 주무관은 이날 발행된 <경향신문> 인터뷰를 통해 최 행정관이 자신에게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했고, 자신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강력한 자력으로 파괴하는 파기훼손(디가우싱) 작업에 참여했다고 인정했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08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직자 감찰 부서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은 이명박 대통령을 비방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퍼다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김종익 케이비(KB)한마음 대표의 뒷조사에 나섰다. 나중엔 영장 없이 김씨의 사무실을 수색하고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의뢰까지 했다. 불법 사찰이었다. 이들의 범행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총리실의 또다른 공무원은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모두 지웠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총리실 실무자가 하드디스크를 완전히 망가뜨린 이틀 뒤에야 압수수색에 들어가 초라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 김씨를 사찰한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이인규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점검1팀장을 구속 기소하고, 원충연 조사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지원관을 ‘윗선’으로 본 것이다. 또 증거인멸 혐의로는 이 지원관의 후임자 격인 진경락 총리실 기획총괄과장을 구속 기소하고, 장진수 주무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법정에 나란히 선 이들의 주장은 엇갈렸다. 이 지원관은 “사찰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김 팀장 등은 “이 지원관에게 보고했고 지시도 받았다”고 했다. 진 과장은 “장 주무관에게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장 주무관은 “진 과장이 구체적으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도대체 누가 지시한 것인지는 드러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장씨의 새로운 증언은 민간인 사찰 사건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라고 볼 수 있다. “최 행정관의 지시로 하드디스크를 지웠다”는 그의 주장은 자신의 ‘윗선’을 진 과장으로 한정했던 검찰 진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검찰은 최 행정관이 장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할 때 사용할 대포폰을 건넨 사실을 파악하고 한 차례 조사까지 했으나 증거인멸과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냈었다.

최 행정관은 김종익씨 사찰 사건의 핵심 관련자로 지목됐던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직속 행정관이다. 이 비서관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한테 ‘이비’라고 불리며 지원관실 업무를 사실상 관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장 전 주무관의 증언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과 뒤이은 증거인멸에 청와대 인사들이 깊숙이 개입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검찰은 이 비서관을 참고인으로 불러 고작 6시간 조사한 뒤 돌려보내고 말았다.

검찰의 한 간부는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은 이 사건 재수사에 착수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증거”라며 “증거인멸을 지시한 주체가 민간인 사찰에도 관여했을 개연성이 높은 만큼 검찰이 애초 수사에서 밝히지 못했던 민간인 사찰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민주통합당 ‘엠비 정권 비리 진상조사특위’ 이재화 변호사(왼쪽)와 박영선 최고위원이 5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청와대 행정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축소와 증거 인멸에 관여한 장진수 주무관 녹취록을 공개하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주통합당 ‘엠비 정권 비리 진상조사특위’ 이재화 변호사(왼쪽)와 박영선 최고위원이 5일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청와대 행정관의 민간인 불법사찰 축소와 증거 인멸에 관여한 장진수 주무관 녹취록을 공개하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검찰 수사팀 관계자 “장진수, 그땐 의미있는 진술 안해”
“청와대 관련 진술했다면 결과 달라졌을 것”

“지금 제가 2년 전 그 사건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건 잘 아시잖아요?”

<한겨레21>의 보도를 통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당시 검찰 수사팀은 당혹해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5일 <한겨레>와 통화한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어쨌건 그 사건은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고, 재판 과정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이 발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당시 수사팀은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등 청와대 안 ‘영포(영일·포항) 라인’(이명박 대통령과 고향이 같은 공직자들)이 사건 초기부터 이 사건 축소·은폐를 주도했다는 여러 정황이 있었음에도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 등 총리실 직원 4명만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억울하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한마디로 본말이 전도된 의혹 제기”라고 말했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수사팀은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그는 “민간인 불법사찰 과정부터 시작해 몇 달 동안 수사를 진행하면서 증거인멸 정황을 알게 됐고, 디가우싱(하드디스크 정보 소거) 업체들을 이 잡듯 뒤져 결국 사실을 밝혀냈던 것”이라며 “지금 언론에 제기된 장진수 주무관의 주장과 비슷한 진술은 수사할 당시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지원관실 직원들이 아프다며 병원에 가고 도망 다니고 그러는 거 어렵게 체포해서 수차례 조사를 했다”며 “그 이상 어떻게 더 수사할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장 주무관이 주장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의 사건 조율’ 의혹을 두고도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더구나 청와대 사람들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정수석실과 사건 수사를 조율한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이라고 보느냐”며 “그런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지목된 최종석 당시 청와대 행정관의 진술조서를 법정에 제출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증거법적으로 가치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라며 “당시 장 주무관이 증거법상 의미있는 진술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 관계자의 새로운 증언이 가진 ‘증거법적’ 의미에 대해서는 그 역시도 수긍했다. 그는 “당시 청와대와의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을 만한 진술이 나왔다면 사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우리는 당시 우리가 수집한 증거에 따라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람을 기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도는 재수사 촉구 여론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다짜고짜 아슬아슬 성교육, 아들 답이 걸작
“속옷 보일까 걱정…” 아시아나 왜 치마만 입나요
30대 이하에게 ‘나꼼수’는 ‘월간조선’이다
방통위원 김태호 PD에 “초등학교 나왔냐”
“박지성 선수, 산개구리는 이제 그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