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게임 규제하나”…10대들이 여성부 ‘디도스 공격’
초등학생 등 7명 적발
셧다운제·유해물 불만
안티카페서 공격 모의
초등학생 등 7명 적발
셧다운제·유해물 불만
안티카페서 공격 모의
“님들아, 이번 테러는 제가 주도하겠삼.”
지난 1월27일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여성부 안티카페’에는 여성가족부 누리집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공격을 주장하는 초등학생 성아무개(11)군의 ‘결연한 의지’를 담은 글이 올라왔다. 김군은 “전날 여성가족부 누리집 공격에 성공했다. 이번에는 강력하게 정비해서 준비하자”며 두번째 공격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과 행동지침을 카페 회원들에게 전달하며 단결을 촉구했다.
회원 2천여명의 대부분이 어린이·청소년인 이 카페 회원들은 게시판에 여성부가 유명 가수 음반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고, ‘셧다운제’를 도입해 게임 시간을 제한한 것 등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해내고 있었다. 결국 고등학생 윤아무개(16)군은 1월21일 ‘후방지원용 테러무기’라는 이름으로 디도스 공격용 프로그램을 게시판에 올렸다. 2010년 3·1절에 한국 누리꾼들이 일본의 대표적인 반한 누리집으로 알려진 ‘2씨에이치(ch)’를 공격할 때 사용했던 디도스 공격용 프로그램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찾아낸 것이다.
성군 등 어린이·청소년 7명은 이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1월26일부터 29일까지 4차례에 걸쳐 여성부 누리집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여성부가 이들의 공격 징후를 알아채고 해당 아이피(IP)를 차단하는 예방 조처를 취해놓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이들은 경찰에 꼬리가 밟혀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디도스 공격용 악성프로그램을 유포하고 4차례에 걸쳐 여성부 누리집을 공격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윤군을 불구속 입건하고, 최아무개(13·중1)군과 김아무개(12·초6)군은 조사한 뒤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예정이라고 6일 밝혔다. 함께 붙잡힌 성군 등 초·중학생 4명은 단순 공격으로 범행가담 정도가 낮다고 판단해 불입건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들은 여성학자들의 남성 비하 발언, 군가산점 폐지, 온라인게임 셧다운제, 유명가수 음반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지정 등에 불만을 품고 안티카페에 가입해 활동하다 디도스 공격까지 하게 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7명 가운데 가장 어린 성군은 “여성부가 예산 집행내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디도스 공격을 했다”며 횡설수설했고, 부모들도 “애가 컴퓨터를 좋아하고 잘하는 줄만 알았지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