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위치정보·인적사항에 접근하는 프로그램 허가받아
개인정보 심부름업체에 팔아넘겨…문의 결과 현재도 성행중
개인정보 심부름업체에 팔아넘겨…문의 결과 현재도 성행중
케이티(KT), 에스케이(SK)텔레콤 가입자의 개인정보와 실시간 위치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을 만든 이동통신사 협력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 프로그램을 사용해 의뢰인들에게 개인정보를 팔어넘긴 심부름업체 직원들도 같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동통신사 가입자들의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가입자 인적사항 등을 아무런 제한 없이 조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이통사 협력업체 2곳 직원 서아무개(36)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이 프로그램을 구입해 개인정보를 팔아넘긴 혐의(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심부름 업체 직원 이아무개(46)씨 등 3명을 구속하는 등 모두 81명을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협력업체 직원 서씨 등은 이통사와 ‘친구찾기’, ‘연인팅’ 등 부가서비스를 개발·유지·보수하는 계약을 2007년부터 맺고 이통사 가입자의 가입정보와 위치정보에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들은 지난해 3월께 휴대전화 번호만 알면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면 어디서든 위치정보과 가입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필리핀에 살고 있는 이아무개(31·체포영장 청구)씨의 손에 흘러 들어갔고, 이씨는 지난해 7월 심부름업체 대표 이아무개(46·구속)씨에게 접근해 10일 사용료로 200만원씩 받고 팔아 넘겼다. 이씨는 다른 심부름업체 업자 김아무개(42·구속)씨 등 3명에게 위치정보는 건당 20~30만원, 가입자 인적사항은 10~15만원에 팔아넘겼고, 심부름업체 업자 윤아무개(37·구속)씨 등 31명은 정보 제공을 의뢰한 소아무개(53·여)씨 등 42명에게 건당 30~60만원씩 받고 팔아넘겼다.
이 프로그램이 범행에 사용된 것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로, 3개월 동안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회된 전화번호는 19만8천여건(중복 포함)에 이른다고 경찰은 밝혔다. 그러나 각 이통사들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할 때까지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해, 이들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4400만명에 이르는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정보제공을 의뢰한 의뢰인들은 대부분이 도망간 채무자나 불륜이 의심되는 배우자를 찾기 위해 심부름센터를 찾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심부름 업체들은 인터넷 누리집 등을 차려놓고 검찰 출신임을 내세우거나, 사업이 합법적인 것이라고 속여 의뢰인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한 심부름 업체에 이날 <한겨레>가 직접 전화를 걸어 ‘채무자를 찾고 있다’고 의뢰하니 “실시간 위치추적은 업자들이 모두 구속돼 불가능하지만, 이름과 나이를 알면 주민번호를 알아낸 다음 금융기관, 홈쇼핑 업체들을 해킹해 얻은 정보로 위치를 찾을 수 있다”며 “착수금 200만원에 성공보수금 100만원이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에서는 계좌번호를 알려주며 “40만원만 입금하면 휴대전화 번호로 가입자의 주소와 이름을 반나절 만에 알려주겠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기관에서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휴대전화 가입자 개인정보를 조회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하면 이통사·협력업체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가입자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업무상 필요할 때만 정보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으로 협력업체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입수해 심부름 업체에 넘긴 이씨의 신병을 필리핀 이민국으로부터 인도받아, 협력사와 공모해 프로그램을 팔아넘겼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필리핀에서 한국인을 납치한 혐의로 수감중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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