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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대생들 ‘그들만을 위한 투쟁’

등록 2012-03-13 20:25수정 2012-03-13 22:37

대표회의 요구안서 시간강사·청소노동자 문제 제외
“학생부담 가중” 등 이유…“약자 외면” 비판 대자보
고려대 학생대표들이 올 한해 학교와 재단을 상대로 요구할 ‘교육투쟁안’에 ‘시간강사와 청소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항목을 표결 끝에 삭제했다. 이를 두고 생존권 투쟁을 벌이고 있는 힘없는 교내 구성원의 처지에 눈감은 채 학생들의 이해관계만 지나치게 고려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의 최고의결기구인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는 지난 11일 총학생회 등 학내 단체들이 제출한 교육투쟁실천단 요구안을 심의·의결하는 과정에서, ‘시간강사와 청소노동자 노조의 투쟁을 지지한다’는 항목을 빼고 학생들의 교육권과 직접 관련된 8대 요구안만 통과시켰다. 최초 요구안에는 △재단 비리 규탄 △등록금 추가 인하 △영어강의 의무화 폐지 등과 함께, 지난달 15일부터 본관 앞에서 △강의료 인상 △계약기간 연장 △방학 중 강의료 지급 등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간강사 노조와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청소노동자 노조의 투쟁을 지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총학생회가 공개한 전학대회 속기록을 보면, 생명과학대학 학생회장은 “시간강사의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 학생들의 교육권과 밀접한 연관이 없다. 계약기간이 늘어나면 (강사가) 나태해져서 강의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일부 대의원들도 “강의료가 올라가면 학생들의 부담이 높아진다”, “미국에서도 방학 중에는 강의료를 받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시간강사 노조에 대한 지지를 교육투쟁 요구사항에 넣는 것에 반대했다.

결국 공과대학 학생회장이 관련 내용을 교육투쟁 요구안에서 제외하자는 수정 제안을 했고, 표결 끝에 회의에 참석한 57명 가운데 31명이 이 안에 찬성해 시간강사 노조와 청소노동자 노조의 투쟁에 대한 지지 항목이 요구안에서 빠졌다. 찬성표를 던진 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1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시간강사들의 투쟁에 100% 동의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기 때문에 이를 교육투쟁 요구안에 포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학대회 결정 내용이 알려지자 교정 곳곳에는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 수십장이 나붙었다. 자신을 ‘진’이라고 밝힌 학생은 대자보에서 “학내 비정규직의 임금이 올라가면 등록금도 올라갈 것이라는 논리가 바로 이 사회에서 힘없는 사람들끼리 싸우게 하는 논리”라며 “청소노동자·시간강사·학생들의 권리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밝히지 못한다면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당하는 진짜 원인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소노동자 컴퓨터교실 교사를 맡고 있는 한 학생도 “(학생과 비정규직의) 권리가 상충한다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말하는 교육권은 수업이라는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권리를 말하는 것이냐”며 “교육권이 가격을 흥정할 권리가 아니라 사람을 향하는 권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명아(23·철학과4) 문과대학 학생회장은 “시간강사 노조의 요구사항 가운데 전임교원 확충을 통한 수강인원 축소 등은 학생들의 교육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다, 시간강사들의 투쟁은 대학생들이 직면하고 있는 비정규직, 청년실업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며 “교육투쟁 요구안에서 이들과 연대하자는 내용이 빠져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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