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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기고] 평택과 강정의 핵심은 ‘중국견제’ / 김종대

등록 2012-03-16 20:16

미국의 한반도 기지전략
현대의 분쟁은 해양과 연안에서 발생한 위기에서 시작된다는 명확한 특징을 드러낸다. 월남전은 통킹만에서 벌어진 위기에서 시작됐다. 중국-베트남 분쟁은 대만의 작은 섬 진먼섬(금문도)에서 벌어졌다. 3차 대전까지 비화될 수 있었던 미-소의 쿠바미사일 위기도 연안에 전략미사일을 배치하는 데서 시작된 위기였다. 최근의 한반도 위기 상황도 서해의 5개 도서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근대의 전쟁이 주로 내륙에서 일어났다면 현대의 분쟁은 연안과 도서지역에서 시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도서와 연안이 중요한 전략적 거점으로 부각됨에 따라 군사력 운용 방향도 크게 달라졌다. 우선 미국은 전세계 미군기지를 건설하고 미군을 전진 배치함에 있어 한가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드시 항만과 공항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에만 기지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경우 과거 전후방 각지에 흩어져 있던 180여개의 지상군 기지가 공항과 항만을 끼고 있는 전략거점으로 통합된다. 그곳이 바로 ‘500년 기지’라고 할 수 있는 평택의 미군기지다. 냉전시대의 붙박이형 지상군의 틀을 벗어나 유사시 신속히 병력을 출입할 수 있는 미군의 전진배치 기지로 통합한다는 것이 그 핵심이다. 주한미군 장병이 가족과 함께 장기간 주둔할 수 있도록 상가, 학교, 아파트까지 입주하게 되면 8만6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하나의 신도시가 출현한다. 이 기지는 냉전시대와 같이 주한미군이 피를 흘리며 한국 방위를 위해 싸우는 기지라기보다는, 동아시아 분쟁에 미군이 개입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운용된다. 동아시아에서 미군 전력을 ‘투사’(projection)할 수 있는 거대한 전진기지이고, 유사시 믈라카해협과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이곳에서 군사력이 발진될 수도 있다.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한국 서해안의 평택, 군산과 같은 기지에 중국을 견제하는 미사일과 레이더, 공군력이 배치되는 데 우려를 표시했다. 언젠가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거점이 될 것이라고 중국 정부도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주도 강정마을에 들어설 해군기지가 미군의 전략거점으로 건설되는 것인가에 대해선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장차 미국과 중국의 해양 주도권 갈등이 강화된다면 그 양상은 ‘누가 해양의 전략적 관문(Choke point)을 많이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동아시아 국가들과 해군의 협력을 가장 우선시하되, 이들 국가의 항구를 군사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군사협력을 추진하려 한다. 2010년 하반기부터 미국의 원자력 항공모함과 구축함이 한국, 일본과 같은 전통적 동맹국뿐만 아니라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의 항구에 자주 들어온 이유이자 배경이다. 미국은 해군력을 핵심으로 한 군사력의 아시아-태평양으로의 이동이 ‘중국 견제’를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것이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1월에 발표한 신국방전략으로, 그 핵심은 동아시아 국가들을 미국 주도의 안보질서에 편입시켜 중국을 견제하는 데 모아져 있다.

중국도 이에 뒤질세라 지난해 파키스탄에 중국 해군기지를 만들겠다고 밝혀 세상을 놀라게 했고, 북한의 나진·선봉으로도 해군력을 진출하려고 한다. 중국 정부는 제주도에 한국 해군이 새로운 기지를 건설하게 되면 장차 미국이 이를 거점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최근 보수언론과 우리 정부가 새삼 이어도 영유권 문제를 들먹이며 제주도 기지가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한-미 동맹을 견제하며 한국과도 신냉전적인 대치를 불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1990년대부터 우리가 ‘서해안시대’를 외치며 북방 교류로 번영을 누려온 맥락을 모두 부정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스탈린과 마오쩌둥(모택동), 김일성을 다 합친 것보다도 우리에게 더 위험스럽다. 이런 점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찰하지 않은 채 건설되는 기지는 다음 세대에게 자산이 아니라 짐이 될 것이다.

김종대/<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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