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18일 국무회의에 참석하려고 회의실로 걸어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민간인 사찰 의혹 확산
청 ‘은폐 의혹’ 갈수록 눈덩이
청 ‘은폐 의혹’ 갈수록 눈덩이
인간적인 성의표시?
임 “같은 노동부 출신” 불구
근무기간 전혀 달라 의구심 수상한 청와대
대포폰 건넨 행정관 감싸고
검찰 로그기록 수사도 거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 수사를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무마했다는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검찰의 1차 수사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종석 당시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을 조사하는 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이 사건 관련 구속자 가족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이 최근 드러났기 때문이다. 검찰의 재수사 과정에서는 청와대가 이런 비상식적인 행보를 보인 이유 등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대통령실장이 구속자 가족에게 금일봉 2010년 9월,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민간인 사찰 사건으로 같은 해 7~8월에 구속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지원관실 총괄기획과장의 가족들에게 현금을 전달했다. 금일봉을 직접 전달한 사람은 최 전 행정관이었다. 그는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지원관실 하드디스크를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부수라”고 지시한 사람이다. 1차 수사 과정에서 각각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 지원관과 진 과장에게 임 실장이 돈을 건네라고 주고, 이 돈을 형사처벌을 용케 면한 최 행정관이 전달한 모양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한겨레>는 임 전 실장에게 그 돈의 출처와 성격 등을 문의하려고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임 전 실장은 최근 “내가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두 사람은 총리실에 파견된 노동부 직원들이었다. 청와대에 오고 나서 그 사람들이 구속됐는데 (노동부 출신인) 최 행정관에게 물어보니 가족들도 힘들어한다고 해서, 명절에 고기라도 선물하라고 돈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재임한 시점은 2009년 10월부터 대통령실장으로 내정되기 직전인 2010년 7월까지이고, 이 전 지원관과 진 전 과장은 노동부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 창설 요원으로 국무총리실에 파견됐다. 세 사람은 고용노동부에서 함께 근무한 경험이 없는 셈이다. ‘같은 노동부 출신으로 인간적 정리로 성의를 표시했다’는 임 전 실장의 해명보다는, 윗선 대신 구속이라는 멍에를 쓴 두 사람에게 청와대 차원의 ‘성의 표시’ 또는 ‘구명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되는 이유다. 증거인멸의 실행자로 불구속 기소된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현금 2천만원을 입막음용으로 건넸다는 주장과도 맥락이 통한다. ■ 청와대 ‘수사 방해’ 의혹도 검찰의 1차 수사 착수 이후 청와대가 보인 수상쩍은 행보는 임 실장의 금일봉 말고도 여럿이 있다. 지원관실 하드디스크에 대한 증거인멸이 이뤄진 당일, 장 전 주무관에게 대포폰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최 전 행정관을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감싼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검찰은 최 전 행정관의 컴퓨터 로그기록을 살펴보려고 청와대 내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검토했지만, 청와대가 자체 조사한 뒤 “별 내용이 없다”고 통보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에서 청와대에 최 행정관의 로그기록을 가지러 가겠다고 했지만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이 청사 내 조사실이 아닌 서울 시내 한 호텔로 나가 최 전 행정관을 출장조사하고, 참고인 신분인 최 전 행정관에게 변호인 입회를 허용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행태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애초 검찰 수뇌부가 최 전 행정관에 대한 조사에 극구 반대했으나, 수사팀이 강하게 밀어붙여 그나마 ‘출장조사’가 이뤄졌다는 말도 나왔다.
검찰이 일개 행정관을 조사하면서 이처럼 극진하게 예우를 갖췄던 이유는 청와대의 강력한 요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 전 행정관이 검찰 조사를 받기 얼마 전에 청와대 김진모 민정2비서관을 찾아가 ‘내가 연루되어 들어간다면 민정수석실도 멀쩡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는 장 전 주무관의 주장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이라는, 국기를 뒤흔드는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수 있도록 검찰을 지원해야 할 청와대가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앞서 장 전 주무관은 대법원에 낸 상고이유서에서 “지원관실은 장차관, 공기업기관장 등의 인사검증 자료가 많고 이는 오직 청와대에만 보고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사찰 결과를 국정운영에 폭넓게 활용했던 청와대가 이런 사실을 은폐하려고 수사 무마에 적극 나섰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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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대검찰청 디지털수사관실의 분석보고서를 들어 보이며 “대통령은 민정수석과 이영호 비서관한테서 민간사찰 보고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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