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회견장을 떠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영호의 ‘두갈래 보고서’
지원관실 공식지휘 민정수석실 대신
이영호 전 비서관이 전방위적으로 개입
장진수 “기소상황 VIP에 전달됐다 들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에서 수집한 동향 정보와 이를 담은 보고서가 민정수석 보고용과 직보용으로 나뉘었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 지원관실을 움직였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청와대 민정수석보다 더 ‘윗선’에 직접보고를 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총리실 소속의 지원관실이 청와대와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면서 ‘하명 사건’을 처리해왔다는 정황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지원관실 소속 전 조사관 원충연씨의 수첩을 보면, “BH 지시사항, 그림을 그려놓고 보고 → 작업”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청와대의 지시라는 의미의 ‘하명 사건’이라는 표현도 등장한다. 지원관실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정보수집 업무를 했을 개연성이 크다. 공직자 감찰 기구를 표방하는 지원관실이 청와대와 유기적인 업무 체계 속에서 지시를 받고 보고를 하는 건 문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원관실을 장악하고 운영한 사람은 엉뚱하게도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었다. 공직자 감찰과는 거리가 먼 고용노사비서관이 지원관실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기형적인 행태였지만, 지원관실은 청와대 하명 업무를 하면서 나름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 전 비서관의 지휘를 받는 지원관실의 정보수집 업무가 청와대 안에서 이미 공식적인 영역으로 인정받았던 셈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지원관실의 업무란, 참여정부 출신 공공기관 간부들이나 김종익(58) 전 케이비(KB)한마음 대표 등 촛불시위의 배후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자리에서 쫓아내는 일이었다. 이 전 비서관의 소속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이었지만 그의 ‘윗선’은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8월 지원관실 출범 당시 사회정책수석이었던 강윤구(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비서관의 민간인 사찰 등) 이 부분은 상하관계는 아니고, 따로 한 것 아닌가 싶다”며 선을 그었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7월까지 사회정책수석으로 일했던 진영곤(현 감사원 감사위원)씨도 기획예산처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으로, 업무 영역을 넘어선 지원관실의 일에 관심을 보였을 것 같지는 않다. 결국 이 전 비서관은 수석비서관급을 능가하는 청와대 ‘윗선’에 직보를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전 비서관의 직보 대상이 이명박 대통령이었는지 당연히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비서관은 2007년 대선 때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선진국민연대라는 ‘이명박 지지’ 외곽조직 활동을 하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 대통령 당선 뒤에는 인수위를 거쳐 청와대에 입성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 어떤 어려움도 주저하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국가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 여부를 묻는 취재진한테는 “대통령님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화를 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정당국 관계자는 “대통령을 모시는 사람 입장에서 촛불시위는 매우 치욕적인 일이었는데, 촛불시위의 배후로 추정되는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을 감찰하고 징계하겠다는 식으로 협박하는 궂은일을 하면서 이영호 비서관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에는 민간인 사찰과 증거인멸 사건으로 기소된 지원관실 직원들을 청와대가 특별관리에 나섰고, 이런 사실이 “브이아이피(VIP)에게도 보고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장진수 전 주무관의 주장까지 불거졌다. 이미 새누리당 등 여권에서는 “이 사건의 몸통이 이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이 대통령의 턱밑까지 차올랐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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