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동욱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총리실 민간인 불법 사찰 문건이 공개된 것과 관련해 검찰의 입장을 밝히기 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MB정부 전방위사찰] 대검차장 이례적 기자회견
대검찰청이 1일 추가로 드러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사즉생’의 각오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선 검찰청에서 진행 중인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이 이례적으로 ‘엄단’ 방침을 천명한 것은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1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권재진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상, 검찰의 재수사에 대한 공정성도 계속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검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채동욱 대검 차장검사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동 대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검찰은 이 사건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을 조속히 규명해 엄단하라는 것이 국민 여러분들의 여망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며 “그동안 제기된 모든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고 그 결과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관련자들에 대해 신분이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검찰 내 2인자인 대검 차장검사가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혔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었다. 채 차장검사는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검에 특별수사팀이 구성된 뒤 ‘철저한 수사’가 진행돼왔다며, 증거인멸의 ‘몸통’을 자처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실도 알렸다. 특별수사팀에서 브리핑할 내용까지 기자회견 내용에 집어넣은 셈이다. 검찰 수뇌부가 직접 나서서 ‘우리의 수사의지를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가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에 합의하면서 검찰의 맘이 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마저 실패하면 검찰은 2번 죽게 된다”는 위기감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제기된 2010년 1차 수사 당시의 검찰의 은폐·축소 의혹은 어디까지 확인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검찰로서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재수사를 통해 1차 수사의 실패를 만회하는 게 ‘검찰의 살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권재진 장관이 법무·검찰의 수장으로 있는 한, 검찰의 재수사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권 장관은 2009년 8월부터 무려 2년 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고, 이 시기에 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이 들통 났고 실패한 1차 수사도 있었다. 당시 민정수석실은 검찰의 수사를 적극적으로 방해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1차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수사의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권 장관은 여전히 수사를 지휘하고 보고받는 자리에 있다. 지방검찰청의 한 검사는 “이미 1차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권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아무리 수사를 열심히해도 신뢰를 받을 수 있겠느냐”며 “권 장관은 사의를 표명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태규 김정필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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