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황손의 어린시절

이구씨의 3살때(추정)의 모습. 연합뉴스

화성박물관 정성길 관장 이구씨 사진첩 공개
“일본 황실족보에 일본왕족으로 소개돼 참담”

지난 16일 일본의 한 호텔에서 숨진 조선왕실의 마지막 왕세자 이구씨의 어린 시절 사진이 공개됐다.

사진 연구가이면서 화성테마 박물관 관장인 정성길(61)씨가 26일 공개한 이 사진은 1934년 발간된 일본의 ‘황실어 사진첩’에 ‘왕세자 이구 전하’로 소개돼있다. 사진 속 이씨는 3살적 모습으로 추정된다.

황실어 사진첩은 일본의 고위층 여성들의 모임인 ‘부인 구락부’가 발간했으며 당시 천황과 왕족들의 사진을 프로필 등과 함께 수록해놓은 책자이다.

이 사진첩에는 곰 인형을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씨의 어릴 적 사진 외에도 육군보병 중좌 시절의 영친왕, 이방자여사, 이씨가 자란 도쿄의 저택 사진도 함께 실려 있다. 이씨의 사진 위에는 ‘이왕 근 전하의 둘째 아들로 소화 6년 12월 29일에 태어나 양친의 사랑을 받아 잘 자라고 있다’라고 적혀있다.

정 관장은 “이씨가 최근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소장한 자료들을 한참 동안 뒤적인 끝에 사진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광복 60주년을 맞아 마지막 왕세자를 떠나 보낸 것도 슬픈데, 이씨 등이 일본 황실 족보에 일본 왕족으로 소개된 사실이 더욱 비참하다”고 덧붙였다.

정 관장은 새달 10일부터 한 달 동안 서울역 대합실에 이씨와 영친왕의 사진을 포함해 그 동안 수집해온 일제 강점하 사진 100여점을 전시한다. 또 다음 달 중으로 800여점의 사진을 수록한 사진 기록물 ‘일제의 침략사’를 펴낼 예정이다.

대구/구대선 기자[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