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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청와대가 홍석현에 넘긴 ‘궁궐터’ 파보니…

등록 2012-05-07 08:22수정 2012-05-07 14:54

이상한 땅거래 들여다보니
청 경호처, 늑장부리다 홍석현에 수십억 차익 안겼다
홍석현 “전통교육시설용” 삼청동 국유지 낙찰
청, 경호 이유로 통의동 ‘창의궁 터’와 맞교환
25억~53억 차익…지하공사 허가 ‘특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창의궁 터에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굴삭기, 천공기 등 공사장비가 반입돼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창의궁 터에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굴삭기, 천공기 등 공사장비가 반입돼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청와대가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서울 종로구 삼청동 땅을 사들이는 대신 통의동 ‘창의궁 터’ 땅을 내주는 ‘땅 교환’을 벌인 것을 두고 갖가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번 땅 거래는 청와대와 유력 언론사 사주 사이에 벌어진 일이고, 이 과정에서 홍 회장이 국가와 땅 거래를 하면서 25억~53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점에서 일반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 왜, 홍 회장은 삼청장을 샀나? 애초 문제가 된 서울 삼청동 땅 1544㎡(468평)는 일제강점기 친일파 민영휘의 막내아들 민규식씨 소유였다가 후손들이 세금을 내지 못하는 바람에 국가 소유로 넘어왔다. 이곳엔 건평 294㎡(89평)의 고풍스런 한옥이 있어 ‘삼청장’으로 불렸다.

삼청장은 청와대와 가깝게 붙어 있는 것이 ‘흠’이다. 들어가는 골목 어귀를 청와대 경호처가 지키면서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때문에 거주자들만 출입하는 개인 주택 목적 외에는 다른 쓸모가 거의 없는 땅이다. 그런데 홍 회장은 2008년 12월 자산관리공사의 공매에 참가해 낙찰을 받았고, 다음해 2월 소유권 이전을 마쳤다. 당시 감정가는 78억6000만원이었지만, 장소의 특수성 때문에 유찰을 거듭해 40억1000여만원에 낙찰됐다. 38억원을 싸게 산 셈이다.

중앙일보 쪽은 전통문화 보존 활동의 연장선에서 땅을 샀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삼청동 일대에서 전통문화 보존 활동을 해왔고, 이를 더 체계적으로 벌이기 위한 공간이 필요했는데 마침 물건이 나왔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삼청장에 한식과 한복 등 전통문화 아카데미를 만들기 위해 건축허가를 내려는데 경호처가 가로막았다”며 “오히려 중앙일보 쪽이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낙찰과 연이은 땅 교환을 통해 이득을 얻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한옥을 수리하는 등 따로 돈이 들었기에 큰 이득은 없다”고 해명했다.

■ 왜, 청와대는 삼청장을 확보했나? 이번 사달은 홍 회장이 삼청장을 교육문화시설로 활용하려고 하는 구상을 청와대 경호실이 막으려 하면서 벌어졌다. 거주자 몇 사람만 드나드는 개인 주택으로 썼다면 문제될 일이 없었는데, 불특정 다수가 출입할 교육문화시설이 들어서면 청와대 경호처로선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삼청장 주변에 개인 주택은 지금도 몇 채 더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홍 회장 낙찰이 문제가 아니라 건물 용도가 문제였다”며 “부득이 관련법에 따라 매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은 경호시설의 안전과 경호시설 주변 민원 등 불가피한 경우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와대가 삼청장 매입을 추진하면서 청와대와 중앙일보 쪽의 줄다리기가 1년가량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홍 회장 쪽이 전통문화 보존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삼청동 부근의 통의동 땅을 가져가고, 청와대는 삼청장을 확보하는 ‘교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와 별도로 경호처가 애초 삼청장이 공매에 나올 때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아 나라 재산에 40억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경호처의 도의적 책임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홍 회장이 경제적 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는 알 바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호처는 삼청장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안가(安家)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만 나돈다. 김대중 정부 이후 경호처 안가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몇 곳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홍 회장 땅에만 지하층 공사 허용? 청와대가 홍 회장 소유의 삼청동 땅과 맞바꾼 땅은 조선 영조가 즉위 전 지냈던 궁궐인 ‘창의궁’ 터다. 창의궁이 있던 통의동 일대에 지하층 공사를 하려면 사전에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발굴조사와 함께 문화재위원회 전문가 검토회의를 거친다. 문화재를 현지에 그대로 보존하거나 이전하거나 기록으로만 남기기도 한다.

홍 회장의 땅은 ‘발굴된 유구·유물 일부를 신축한 건물에 복원하는 쪽’으로 결론났다. 지하층 공사를 허가하되, 유구·유물을 옮겨뒀다가 건물이 완성되면 적당한 곳에 다시 복원한다는 것이다. 인근 다른 건물의 지하층 공사가 불허된 것과 달리, 청와대와 땅을 맞교환한 홍 회장 쪽에 주는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이 이는 이유다.

지난해 8월22일~12월15일 75일 동안 발굴조사를 벌인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은 창의궁의 담장 기단과 온돌, 각종 백자와 도기 등을 찾아냈다. 이를 놓고 10~12월 세 차례 문화재위원회 전문가 검토회의가 열렸다. 검토회의 회의록을 보면 ‘창의궁의 영역이고, 담장 위치로 보아 궁궐에 종사하는 중인과 서인이 쓴 공간’으로 추정했다. 창의궁 음식을 만드는 ‘소주방(수라간)’ 터로 보인다는 견해도 나왔다. 창의궁 말고 조선 전기의 건물 터도 있었다.

하지만 전문가 검토회의는 3차 회의에서 ‘건물지와 담장시설이 양호하게 남아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현지 신축건물에 부분 이전·복원하자’고 결론지었다. ‘건물 외부에 유구를 전시하고, 일부 유구는 외부 마감재로 활용하겠다’는 홍 회장 쪽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현재 유구·유물은 경기도 화성의 창고로 옮겨져 있다. 앞서 통의동 35-○번지, 35-○○번지 등의 지하건축이 제한된 것과 상반된 결과다.

조유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소장은 “서울시가 보존 원칙을 세워 어느 선까지 개발이 가능하고 어느 선까지 보존하는 식의 큰 줄기를 정하지 않으면 매번 이런 논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 땅의 발굴조사를 맡은 서울문화유산연구원의 박준범 대표는 “창의궁의 터는 맞지만, 담장과 적심(건물 기둥 받침)은 창의궁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부분이 미비했다”고 말했다.

■ 홍 회장, 땅값 25억~53억 시세차익 홍 회장이 삼청장과 맞바꿔 받은 통의동 땅은 613.5㎡(186평) 규모로, 지난해 초 기준 공시지가는 27억7300만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시세는 이보다 훨씬 높은 65억~93억원 수준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평당 4000만원’은 확실하다고 했다. 한 중개업자는 “경복궁 바로 옆 도로가인데다 문화거리가 형성돼 있어 상당히 좋은 땅”이라며 “지하 공사까지 허가받았다면 아무리 낮게 잡아도 평당 5000만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2009년 2월 삼청동 땅을 40억1000만원에 낙찰받아 결과적으로 2년 만에 최대 53억원의 시세차익을 본 셈이다. 청와대 쪽은 이 땅의 감정평가액은, 78억6000만원인 삼청장과 1억원 미만의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박기용 안창현 김지훈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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