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명승 제67호인 서울 종로구 북악산 자락에서 군 막사를 짓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산사태 가능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진단을 요구하는 주민과 명승지 훼손을 우려하는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주민들 “안전진단 전 공사, 산사태 우려” 시민단체 “명승지 훼손”
문화재청이 지정한 명승 제67호인 북악산에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가 군 막사를 새로 짓고 있다. 자연경관 훼손과 산사태 위험을 우려하는 주민들이 안전진단을 요구했으나,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찾아간 서울 종로구 청운동 ㅂ빌라 뒤편 북악산 끝자락에는 옹벽의 뼈대가 되는 철골 구조물이 이미 세워져 있었다. 부서진 커다란 바위들이 구조물 사이로 드러났다. 공사 현장 바로 위로는 너른 바위를 근육처럼 두른 북악산이 보였다.
막사 터 바로 아래쪽에는 130여가구가 입주한 ㅂ빌라 등 주택가가 있다. 가파른 산자락을 깎아낸 자리에 군 막사가 들어서면 산사태 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민들은 걱정한다. 한 주민은 “산사태가 날까 너무 무섭다. 확실한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막사 건설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은 명승지 훼손을 우려한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역임한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유물로 치면 국보나 다름없는 명승지인 북악산을 훼손하는 공사가 청와대 경비를 이유로 합리화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수방사 쪽은 “청와대 경비를 위해 복무중인 병사들이 현대적 시설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서울 성곽 근처에 있던 두 곳의 낡고 비좁은 막사를 헐고, 기존 면적의 절반 남짓한 425평 규모의 새 막사를 짓고 있다”며 “건축 부지에 대한 안전진단과 문화재청 승인 등을 거쳤으므로 절차상으로도 문제없는 공사”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문화재청은 군이 외부 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건축을 허가했다. 수방사 관계자는 “막사 부지 양쪽으로 계곡이 있어 물빠짐이 원활하기 때문에 산사태 우려는 기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애초 문화재청 심의를 받을 때 막사를 짓는 땅뿐만 아니라 산사태 등에 대한 종합적인 안전진단이 함께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주민과 시민단체 등은 지난달 12일 종로구청에 “건축 부지 외에도 주변 환경과 건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2차 안전진단을 통해 낙석이나 산사태 위험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바로 이날부터 군은 겨우내 중단했던 공사를 다시 시작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통합진보당 ‘충격의 폭력사태’ 대체 누가 주도했나
■ 정몽준 “황우여는 환관” 정면공격
■ 서울시립대생 1300명, ‘등록금 0원 고지서’ 받는다
■ 민주노총 “진보당 지지못해…책임 묻겠다”
■ 가가와에 푹 빠진 퍼거슨…쓸쓸한 박지성
■ 통합진보당 ‘충격의 폭력사태’ 대체 누가 주도했나
■ 정몽준 “황우여는 환관” 정면공격
■ 서울시립대생 1300명, ‘등록금 0원 고지서’ 받는다
■ 민주노총 “진보당 지지못해…책임 묻겠다”
■ 가가와에 푹 빠진 퍼거슨…쓸쓸한 박지성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