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도박 파문’ 폭로전으로 치닫나
당사자들 “허무맹랑한 소리”
당사자들 “허무맹랑한 소리”
최근 승려들이 도박판을 벌이는 몰래카메라 영상이 폭로된 이후, 현 총무원 체제의 반대파 일각에서 또다른 종단 인사들의 도박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나서는 등 대한불교 조계종의 내부 알력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번 도박판 동영상이 폭로된 배경에도 폭로자인 성호 스님과 현 총무원과의 갈등 및 백양사 새 방장 추대 문제로 불거진 내분이 얽혀 있다는 게 조계종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조계종 총무원 전직 고위 간부를 비롯한 다수 관계자들의 주장을 종합하면, 2009년 종단 지도급 스님들이 서울 강남의 고급 호텔에서 두 차례 이상 도박판을 벌였다는 소문이 종단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전 총무원 관계자는 13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2009년 서울 ㅇ호텔 방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님 여러명이 도박을 했다는 이야기를 현장에 함께 있었던 다른 스님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조계종 관계자는 “도박판을 직접 목격한 총무원 전직 간부가 양심선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시 도박판에 참여한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은 “허무맹랑한 소리”라며 “반대 세력이 입을 맞춰 말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실체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배경에는, 현 총무원 집권 세력과 이를 견제하는 반대파들 사이의 세력 다툼을 비롯해 여러가지 내부 알력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도박 영상이 폭로된 과정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하는 이들이 종단 내부에 많다.
동영상을 폭로한 성호 스님은 “(동영상이 담긴) 유에스비(USB)를 누군가 불상 앞에 놓고 갔다”고 말했지만, 종단 안팎에선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성호 스님은 현 총무원과 심한 갈등관계에 있는 인물이다. 총무원에서 간부를 지낸 한 승려는 “이번 동영상 유출은 기획된 일이라는 게 승려들 사이의 일반적 여론”이라고 말했다. 또 개혁 성향의 승려들은 “성호 스님은 평소 보수운동에 앞장서 왔다”며 “(동영상에 등장하는) 개혁 성향의 ㅌ스님을 솎아 내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ㅌ스님은 종단에서 일종의 야당 구실을 하는 ‘무차회’ 소속이다.
그런데 문제의 영상은 다른 쪽에서도 확보해 언론에 공개했다. 개혁 성향으로 평가되는 재가 불자 ㄱ씨다. 그는 영상 입수 경로에 대해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ㄱ씨는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이며 총무원 개혁을 주장하고 있는 ‘개혁파’다. 도박 영상 폭로를 종단 내 개혁파를 축출하기 위한 ‘공작’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성호 스님과 ㄱ씨 모두 현 총무원 체제에서 소외된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금의 총무원이 현 정부와 긴장했던 개혁파는 물론 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보수파 모두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총무원에서 간부를 지낸 한 승려는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승려도 “94년, 98년의 조계종 폭력사태가 재현될 조짐”이라며 “종단에서 빨리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은 14일 오후 총무·교육·포교원장 및 중앙종회 의장, 종책 모임 대표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정국 이경미 김지훈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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