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1심 “충분히 의혹 제기할 만”
김씨 명예훼손 주장 불인정
한미 FTA는 사회적 관심사
공적 사안엔 언론자유 우선
김씨 명예훼손 주장 불인정
한미 FTA는 사회적 관심사
공적 사안엔 언론자유 우선
김종훈(60·사진)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인(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쌀 개방 추가협상을 미국에 약속했다’는 <한겨레> 보도(2011년 9월15일치 1·8·31면)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한겨레신문사와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해당 보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안에 대한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의혹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공익적 차원이었다”며 <한겨레>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노만경)는 16일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을 명확한 확인이 안 됐다는 이유로 보도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할 수 있다”며 “보도로 인해 원고의 사회적 평가가 다소 저하될 여지가 있지만, 보도 내용을 악의적이거나 경솔한 공격으로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쌀시장 개방 문제가 우리나라의 주요한 공적인 관심사안에 해당한다는 점과, 김 당선인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맡았던 ‘공인’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한겨레>가 ‘쌀 개방 추가협상을 미국에 약속했다’고 보도한 기사와 사설의 근거가 된 ‘위키리크스’의 폭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했다. 당시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문건은 “2007년 8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단이었던 김 통상교섭본부장이 얼 포머로이 미 하원의원을 만나, 포머로이 의원이 쇠고기·쌀·자동차 문제를 지적하자, 김 본부장이 ‘뼈 있는 쇠고기 새 수입협정이 10월이면 마련될 것’이라고 예견했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쌀 관세화 유예가 2014년에 끝나면 쌀 문제를 재논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판부는 “2008년 김 본부장의 예견과 비슷하게 한-미 쇠고기 협정이 체결됐고 2010년 12월 자동차 부분이 쟁점이 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됐으므로, 미국 쪽이 제시한 3가지 문제 가운데 쌀 문제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처리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이 생길 수 있었다”며 “김 본부장 등이 국회에서의 신속한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안 통과를 위해 쌀시장 개방 문제는 쌀 쿼터제가 종료된 이후에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완곡한 어법을 사용하는 것이 외교계의 관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로서는 김 본부장의 발언을 ‘쌀시장 개방에 관한 추가협상의 시사점’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고, 위키리크스 문건 역시 이를 우회적으로 시사하고 있음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한겨레>가 이렇게 인식해 보도했다고 해도 악의적이거나 경솔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보도가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안에 대한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된 의혹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공익적 차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보도로 인해 명예가 훼손됐다”는 이유로 서울서부지검에 기자 3명을 고소하고,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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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라며 소송을 건 <한겨레> 2011년 9월15일치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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